[044] 푸코를 통해 생각해보는 근대의 병, '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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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의 오빠야가 준비하고 있는, 올해 말이면 우리가 만나게 될 뮤지컬 <<페스트>>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해요~ 다른 건 아니구요~ ^^;; 소설 <페스트>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이 하나 있어서 소개하고 싶어서요 ㅎ
뮤지컬 <<페스트>>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소설 <페스트> 속에 있는 메세지를 생각해보는 건 이후 뮤지컬을 읽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거란 생각이 들어요~
현대철학의 상징적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닌 '미셸 푸코'의 대표작 <<감시와 처벌>>을 보면, '페스트'라고 하는 병이 근대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가 잘 설명되어 있어요.
다음은 <<감시와 처벌>>의 한 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
"나병이, ‘대감호’(Le grand Renfermement)에 어느 정도까지 모델 구실을 하고 또한 그 일반적 형태를 제공한 것과 다름없는 추방의 의식들을 만들어낸 것이 사실이라면, 페스트는 규율의 도식을 탄생시켰다. 페스트는 사람들을 한쪽과 다른 쪽으로 구분하는 집단적이고 이원적인 분리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분리와 개인별 배분, 감시와 통제의 심층적 조직, 권력의 세분화를 초래한다. 배척, 추방 봉쇄의 현실 속에서 사로잡혀 개개인의 분화가 별로 중시되지 않은 대중 속에서 나병환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페스트 환자는, 개인적인 분화가 바로 다양화하고, 상호관련적이고, 보다 세분화한 권력의 억압적인 효과를 이루는 그러한 섬세하고 전술적인 바둑판 모양의 분할 속에서 포착된다. 한편에는 대감호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개별적인 훈육이 있다. 한편에는 나병과 그것에 따르는 분리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페스트와 그것에 따르는 세분화가 있다. 나병이 낙인찍히는 것이라면 페스트는 분석되고 배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나병환자의 추방과 페스트의 유치(留置)에는 동일한 정치적 꿈이 담겨 있지 않다. 전자는 순수한 공동의 꿈이고, 후자는 규율이 확립된 사회의 꿈이다. 규율의 여러 도시 근저에서 페스트라는 이미지는 모든 혼란과 무질서에 상응하는 것이다. 일체의 접촉을 끊어야 한다는 나병의 이미지가 추방의 도식에서 바탕을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렇게 상이한 것이면서 양립될 수 없지는 않은 두 가지 도식이 생긴다. 그 도식들은 점차적으로 서로 근접해 간다. 또한 나환자가 일종의 상징적 주민이었던 그러한 추방 공간의 자리에 규율 중심적인 분할방식의 독특한 권력 기술이 적용된 것이 바로 19세기의 특징이다. ‘나환자’를 ‘페스트 환자’처럼 다루는 것, 감금의 혼란스러운 공간에 규율의 치밀한 세분화를 투사하는 것, 권력의 분석적 배분방법으로 그 공간을 조직하는 것, 추방된 자들을 개인화하는 것, 다만 그 추방을 명시하기 위하여 개인화의 방식을 사용하는 것. 이러한 점이야말로 19세기 초부터 규율 중심적인 권력에 의해서 꾸준히 이루어진 것들이다. 이렇게 개인별 통제를 결정하는 모든 기관들(정신병원, 형무소, 감화원 등)은 이중의 방식으로 기능한다."
-미셸 푸코, 오생근 옮김, <<감시와 처벌>>, 나남출판, 1994, 307쪽.-
<<감시와 처벌>>을 통해서 근대사회의 규율의 탄생에 대해서 말했던 푸코의 핵심 논제는, 스스로 규율을 받아들이는 근대정신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를 밝히는 데 있어요. 마찬가지로 소설 <<페스트>>가 말하는 핵심 또한 권력의 내면화, 규율의 내면화에 있어요. 물론 여기서 나아가 부정 속의 긍정까지 논하는 소설 <페스트>는 한가지의 논점만으로는 논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
그럼에도 첫 번째로 내면의 규율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카뮈가 <<페스트>>를 집필하게 된 계기에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가수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카뮈는 2차세계대전이 보여주는 '삶의 부조리'와 그 '징조'들에 대해서 논하고 싶어했어요. 그리고 이 부조리의 징조를 보여줄 알레고리로 불려들여진 게 바로 '페스트'였죠. 한가하고 습관에 젖은 삶 속에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는 전쟁은 질병이나 죽음과 마찬가지로 '부조리한' 것과 다름없었던 거죠.
"9월 7일, 전쟁이 도대체 어디에 있으냐고, 전쟁의 혐오스러운 모습이 어디에 있느냐고 우리는 자문했다. 그런데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우리가 마음속에 그것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작가수첩> 제1권 중에서)
이번 겨울,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텍스트로서의 <페스트>는 어떤 의미를 안고 우리에게 올까요?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립니다. ^^
ps. 오빠 덕분에 10년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네요~ ^^ 공부까지 하게 해주는 우리 서교수님~ 정말 사랑합니다. ^^
댓글목록
봄언니님의 댓글
페스트 기대해봅니당(귀요미)
산다람쥐야님의 댓글
어머..엄청 열시미 보신 흔적이...^^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ㄴ ㅎㅎ 봄언니님 정말 어떤 페스트가 탄생할지 기대기대하구 있어염 >.< ㅎㅎ ㄴㄴ 산다람쥐님~~ ㅋ 하도 오래전에 읽었던 거라.. 올만에 꺼내보니 다 줄이... 저때 줄 치는 놀이라도 했었나봐요 ㅋㅋ
마법사태지님의 댓글
유별님 감사해요~~뮤지컬 빨리 보고 싶어요~~ (귀요미)
Neryong Ci님의 댓글
(귀요미)
뮤지컬쟁이님의 댓글
저도 무진장 기대하고있어요..
사실 걱정도 많이 되구요..
렌짱님의 댓글
하아~책 어려버 ㅠㅠ 비루한 머리는 번복학습이 약이여 ㅋㅋㅋ
봄님의 댓글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사회에서 하나의 절대적인 기호로서 사용되는 이미지라는 것은 결국은 미셸푸코의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는건 아닌지 잠시 황당한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요.......미셸푸코를 언급하시니 저는 또 너무 신나고 재밌습니다. 시간이 좀 더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찬찬히 생각해보면서 제 생각을 올려볼수 있었을텐데요,,,,,, 그러기에는 너무 시간이 짧네요,,,, 저도 페스트란 책은 너무 오래되서 다시 먼지를 털어봐야할것같은데,,,, 다만 페스트에도 푸코의 책에서도 나오는 다양한 기호로 표식되는 권력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인거같습니다. 나병이나 페스트를 통해 바라본 19세기는 감시와처벌로 형성된 규율 중심적인 분할방식의 독특한 권력이 하나의 구조로 자리잡은 시대인데요,,,,, 이 권력이나 지배구조는 절대적인 타당성을 띠느냐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어처구니없게도 결국은 그 시대의 하나의 담론이 권력을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거죠.
하늘빛 바다님의 댓글
아 교육학 책에서 보던 분이네요 포스트모더니즘 ...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ㄴ 마법사 태지님~ Neryong Ci님~ 뮤질컬쟁이님~ 정말 저도 기대기대하고 있어요 ㅎㅎ (반짝반짝)ㄴㄴ 렌짱 ㅎㅎ 예습에 복습이 최고여 ㅋㅋ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ㄴㄴㄴ 봄님^^ 사실 요즘은 포스트모더니즘도 아닌 그 어떤 말로도 규정할 수 없는 사회가 아닌가.. 혹은 아직도 "근대"라고 하는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던지요. 유스케에서 오빠와 유희열의 대화에서 "맥"이 없다는 말이 나왔던 게 갑자기 생각나는데요.. 겉으로는 모든 게 맥이 될 수 있는 것처럼도 보이고.. 들뢰즈의 말처럼 리좀적인 사회인 듯한 모양새도 보이죠. 하지만 알고보면, 결국 모든 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구조주의 사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게 아닌가 싶어요. 들뢰즈를 위시로 한때는 해체주의가 유행을 했지만.. 결국엔 푸코의 구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시뮬라시옹이라고 표현되는 이미지와 표상의 문제는, 푸코의 담론에서 시작된 게 맞아요^^ 특히 그의 <<말과 사물>>이라고 하는 저서는 그 어떤 저서도 넘어서지 못하는 독보적인 담론학을 보여주죠~ 그의 담론학은 사실 기호학으로 규정할 수 없지만.. 기호화 되는 모든 표상의 담론을 비판하는 게 그의 주 논의였으니까요^^ 담론학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는 거 같아요~ 어쨌든, 여전히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대사회에서 푸코는 절대 빠질 수 없는 논자란 생각이 드네요^^ 다양한 기호로 표식되는 권력.. 가장 무서운 건, 그 권력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중심리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푸코가 몇 번이고 강조했던 내면규율, 스스로 규율을 내면화할 때 담론은 권력을 가지게 된다..
ㄴㄴㄴㄴ 하늘빛 바다님^^ (귀요미)
오랜팬이제는님의 댓글
페스트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ㄴ (귀요미)(사랑)
neoblu78님의 댓글
동그라미 연습하셨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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