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에게 바친 유★난 '잃어버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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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 우리를 위한 곡이란 건, 처음 곡을 듣자 마자 알았죠.. 그래서 듣자마자 울컥하며, 오빠가 얼마나 팬들을 생각하고 생각하는지, 가늠할 수 없음을 알았죠..
하지만 사실 '비록' 이전에 제가 듣자마자 머리가 띵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던 곡은, "잃어버린"이에요.
지금 내가 잃어버린 건 무엇일까. 지난 2014년 여름즈음부터 제가 항상 고민하던 부분이었고...
그럴 때 오빠의 곡들은 제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나'라는 것을 알려주더군요.
일상으로의 진입이 그리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걸,
그게 바로 행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알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오빠의 음악이 저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미미하나마 오빠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감사합니다. 오빠 감사해요.."라는 말만 오빠에게 했던 거 같아요..
2015년의 일상은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을 거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잃어버린" 것을 찾으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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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 잃어버린 나를 찾아준, 태지에게 바칩니다.
T매니아 유별난여자
<< ‘잃어버린’ 것 >>
am8:23, 왜,오늘밤에야,잃어버린,그날이,떠오를까.한참오는동안,무언가를,잃어버린,것,같아. 귓가에 들리는 낮은 음악 소리에 눈을 뜬다. 비스듬히 누운 채로 눈을 뜬다. 잠에서 깨는 그 순간, 하루 중에서 가장 몽롱한 그 순간,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위층 보일러에서 물이 샌 이후로 존재성을 명확히 드러낸 곰팡이들이다. 베개 밑으로 손을 넣어 휴대폰을 든다. am8:24, 왜,오늘밤에야,잃어버린,그날이,떠오를까.한참오는동안,무언가를,잃어버린,것,같아. 1분 동안 반복되고 있는 알람을 끄고, 7분 뒤로 알람을 다시 맞춘다.
second 1
곰팡이를 자세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된다. 하루에 곰팡이를 보게 되는 순간은 많아도 두 번이다. 하지만 그 두 번은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두 번이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물방울이 맺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떨어질 듯하면서도 떨어지지 않은 채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물방울은 마치 중력에 이끌리는 사과처럼 그렇게 천장에 붙어 있다. 물방울에게 천장은 천장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이 땅이, 물방울에게는 천장으로 보였을지도. 물방울은 결국 단 한 번도 침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침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내가 천장에 달라붙을 수 없는 것처럼. 대신 물방울은 하나의 무늬가 되어, 마치 본인이 머물렀던 곳을 지도로 만든 것처럼, 그렇게 남았다. 다만 물방울은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곰팡이.
am8:31, 왜,오늘밤에야,잃어버린,그날이,떠오를까.한참오는동안,무언가를,잃어버린,것,같아. 분의 시간은 빠르다. 잠드는 느낌을 겨우 느낄 때쯤 다시 알람은 울린다. 휴대폰을 그대로 쥔 채로, 이번엔 머리를 베개에, 일직선으로 묻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다. am8:33, 감각을 잃은 순간의 1분은 감각 없이 지나간다. 알람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까지, 나의 감각 시계는 단 1초도 지나지 않았다. 하나에서 일곱을 세기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현대의 시간은 2분 지난다. 현대의 시간에서 초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분이다. 약속시간 10시, 10시 1분은 중요하다. 하지만 9시 59분 59초는 상관없다. 반복된 10시 1분은 나를 무책임한 사람으로 만든다. 하지만 반복된 9시 59분 59초는 나를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습관처럼 휴대폰으로 메일함에 들어가 수많은 광고 메일을 지운다. 메일을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분이면 족하다. 1분 동안, 수많은 메일들 사이, 그 사이에 있는 필요한 메일을 찾는다. 받은 편지함을 확인 하고 난 후에는 스팸 메일함으로 들어가 본다. 삭제. 메일함을 빠져나와 휴대폰 배경화면 정 중앙에 떠 있는 시간을 본다. 8시 34분. 1분의 삭제.
현실로 돌아오는 건 한 순간이다. 지잉하고 울리는 휴대폰의 진동음은 나를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다. 의미 없는 번호의 나열. 아마도 대출과 같은 광고 전화이겠거니 생각하며 끊지는 않고 그저 소리를 무음으로 전환한다. 지금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른 채 현실의 시간에서 끊임없이 전화를 돌리는 그는, 5초만 더 있다가 전화를 끊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9시 2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한겨울에도 신고 있는 대나무 슬리퍼에서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차가움에 한 번 눈을 감고, 화장실 창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또 한 번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다. 눈을 뜬다. 눈을 뜨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화장대 위의 화장품들. 보지 못한 척 화장대를 지나치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일상으로의 진입이다.
second 60
한 번도 알람으로 맞춘 음악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던 적은 없다. 한 마디를 지나치기 전에, 그 전에 눈을 뜨고, 두 마디가 끝나기 전에 또 다시 잠이 들거나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하는 것처럼 휴대폰을 찾아 알람을 껐다. 멍하니 눈을 뜨고 있는 순간에 알람으로 맞춰둔 음악이 귓가에 계속 들린다고 해도, 그건 들리는 게 아니다. 그저 흐르고 있을 뿐인, 그저 반복되는 알람일 뿐. 하지만, 의미 없이 설정해 놓은 음악 하나에 치유를 받기도 한다. 왜,오늘밤에야,잃어버린,그날이,떠오를까.한참오는동안,무언가를,잃어버린,것,같아.이제와,허탈한,마음이,좀,혼란스러워,부지런히,달렸는데,왜이리된거야,잠깐만,언제였을까,나,저,멀리에,널,두고온걸까. 조용히 작은 소리로 읊조려 본다. 이젠,진정,원한걸,말할거야,더는,걱정하지마,잠시,헤맸을,뿐인걸,절망하지마,반드시,찾아낼테니. 의미 없음. ‘의미’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자. 내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테이블 위에 올려 둔 휴대폰으로 눈을 돌린다. 손을 뻗어 휴대폰을 천장을 향해 뻗어본다. 휴대폰 옆으로 살짝 내비치는 곰팡이는 여전히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 2014.12.24. 성탄절의 기적처럼 T에게 전하다. -
ps.
서블리 서블리 하루 보내구 서블리밤 보내구 있으시죠? ^^
오늘따라 일상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ㅎㅎ
제가 얼마전에 친구에게서 모과를 좀 얻어서 처음으로 모과청이란 걸 만들었는데요~
이제 맛이 좀 들어서 달달하니 맛나네요 ㅎㅎ
우리 매냐님들께도 한 잔(?) 대접하고싶은 마음이 드네요 ㅎㅎ
우리 사이 요즘 너무 좋잖아요? ㅋㅋ
닷콩이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활상화되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은 있지만~
생각해보면 이 보다 더 좋으면 위험(?)할 거 같기두 해요 ㅋㅋ
댓글목록
Dr.JSM.님의 댓글
(사랑)
19980707님의 댓글
유별난님 글 잘 읽고 있어오~ 필력이 나날이 좋아지시는것같아요~
83박깨순님의 댓글
유별난님 멋찌십니다~!!^_______^
산다람쥐야님의 댓글
(반사) (룰루랄라)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ㄴ (귀요미) ㅎㅎㅎ
까망님의 댓글
잘 읽고 갑니다-
전 저 샌드비스킷 먹고 싶네요^^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ㄴ 에이스샌드에요ㅎ 에이스에서 새로 낸 거 같은데 커피믹스에 찍어먹는 오리지널 에이스가 역쉬 나은 거 같아요ㅋ
모카빵빠레님의 댓글
책상이 아기자기 너무 예뻐요.
제 책상은 너저분한데..ㅎ
글을 보고 사진을 보니 오른쪽 뒷켠에 있는 아빠와 함께인 듯한 사진이 눈에 들어오네요.
괜시리 맘이 찡....
reallylily님의 댓글
저 따뜻한 모과차 좋아하는데~
유별난여자님 글을 읽고있으니 따뜻한 모과차를 마시고 있는듯한 착각이들어요 ㅎㅎ
(사랑)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ㄴ 모카빵빠레님: 딱 이뻐보이는 부분만 찍혀서 그래요ㅋㅋ 뒤켠에 아빠와 어릴 때 찍은 건데.. 오빠야랑 아빠랑 셋이서 누가누가 더 입을 크게 벌리나 하고 있는 중이에요 ㅋ 아련한....>.ㅠ ㅎ
reallylily: 아웅 제 글에서 모과차의 향기가~? ㅎㅎ 감사해용 ㅎㅎ (귀요미)
22년을 태지만..님의 댓글
너무재밌게읽었네요 글정말잘쓰시네요~~^^오빠가읽고 씨익웃으며 뿌듯해할듯~ㅋ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ㄴ 아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오빠가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전 너무 기쁜데 흐뭇해까지 하심 꺄옹~~~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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