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가수란 무엇인가.. 어떻게 평가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유별난여자 회원 정보 보기 작성일 14-12-22 02:08

본문

오늘 SBS 가요대전을 보고 난 후, 또 다시 불거져 나온 오빠의 보컬 문제제기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가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게 제 물음이에요.

거의 대부분은 첫째로 노래 잘하는 사람이라고 다들 생각하실 거에요..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경우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저 또한 생각합니다.
다만 이게 ‘가창력’으로 이꼴되는 ‘잘하다’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보컬 하나만으로 음악을 평가하진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물론 다들 가창력만이 중요하다 생각하진 않겠지요..) 아무리 보컬 실력이 좋아도 감정 전달이 안 되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노래잘하는 게 가수에게 중요할 수는 있어도 그게 전부는 아닌 거잖아요.

언제부턴가, TV 오디션도 그렇고.. 가수에 대한 평가 잣대가 “가창력”, 즉 “고음을 잘하는 가창력”으로만 몰리고 있는데요. 이건 가수가 가질 수 있는 역량, 나아가 노래가 가질 수 있는 역량을 죽이는 잣대가 아닐까요? 높은 음역은 가지지 못해도, 부를 때마다 다른 박자로 불러도, 설령 삑사리가 나도,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감성을 전달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진 이가 “진짜 가수”아닐까요?

어떤 이는 본인의 음악을 제대로 표현해줄 가창력 있는 가수를 찾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는 보컬 실력은 부족할지 몰라도, 본인이 만든 음악을 본인의 감성으로 불러 전달하고 싶어 합니다.

만약 보컬리스트를 표방하는 경우라면 다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승철의 경우는 본인을 보컬리스트라고 말하죠. 이런 경우, 그에게 보컬 실력은 아주 중요한 잣대일 수 있겠죠.

저는 오빠가 일반 라이브도 아닌 밴드 라이브를 지향하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두는 것에서부터 오빠가 지향하고자 하는 음악의 길이 뭔지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가창과 보여주기 식에만 중점을 둔 사람이라면 때에 따라, 사정에 따라서 그냥 MR틀자고 생각했을 수도 있죠. 가창 자체에 중점을 둔 사람이었다면 오늘은 사정이 좋지 않으니, 그냥 반라이브하자(요즘은 라이브아닌 라이브같은 라이브를 하죠...), 이런 생각 했을 수도 있지요.

가수의 문제를 떠나, 음악에 대한 평가는 시대마다 달랐어요. 지금처럼 ‘인문학’이 죽고 ‘철학’이 사라진 시대에서 음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물론 ‘철학이 없다’에 지금 시대의 철학이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적어도 대중음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공허한 대답이 될지 모르겠으나 “이미지”라고 말하고 싶네요.

우리가 이번 가요대전을 보는 내내 힘들게 봐야했던 아이돌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결국은 음악이 가지는 철학의 문제가 아닐까요.

물론 그 시대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바가 다 다를 수 있으므로 오늘을 이전과 똑같은 잣대로 지금의 음악이 가지는 사회사적, 혹은 철학적 의미를 다룰 수는 없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90년대의 아이돌과 지금의 아이돌은 전혀 같지 않죠.... 처음으로 ‘이미지 만들기’를 극대화시켜 아이돌문화를 자리잡게 한 SM의 경우를 보면요.. 적어도 당시 SM과 이수만은 당시엔 자신들만의 철학을 분명히 가졌습니다.(우선 10대초반부터 가수트레이닝을 받는 아이들에게 철학이 있느냐에 대한 문제는 뒤로 보내놓아야할 것 같네요..) 옳다 그르다의 문제를 떠나서, “가수는 보여주는 직업이다”라는 걸 분명한 본인만의 철학지점으로 잡은 이수만이 지금의 대중가요가 자리잡는 데 한 몫을 한 건 사실이죠.

문제는 이미지로 시작해서 이미지로 끝나는 대중음악의 길이, 결국 이미지 모방의 반복으로만 끝나는 데 있을 겁니다. 그렇게 공급되는 이미지는 결국 소진되어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

제가 아까 댓글을 달다가.. 엑소 보기가 가장 힘들다고 했었어요.. ㅡㅡ
그건 다른 게 아니라.. 그들의 얼굴이 다 비슷한 것도 포함해서, 그들의 음악 속에서 이미지의 모방과 같은 반복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어요. 벤야민이 한 말이 오늘따라 떠오르네요. 모방만의 반복엔 “아우라”가 없다.

앞 세대의 수용 및 그 시대의 트렌디한 가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주 중요합니다. 단, 그 속에 자신의 철학이 남아있을 때요.

전 그런 의미에서 서태지라고 하는 가수는 그저 “노래만 하는 가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느정도의 ‘보여주기’는 오빠에게도 있습니다. 다만 오빠에게 ‘이미지’의 문제는 본인의 음악을 좀더 쉽게 혹은 좀더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존재하죠. 그에게 여전히, 그만의 아우라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기 있지 않을까요?

 

아티스트로서,

노래를 그저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음악을 만들고 이를 전달해주고 싶은 음악가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본인의 색깔을 잃지 않는 가수이자 음악가로 남아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서태지"는 저에게 단 하나남은 아우라를 담지한 "가수"이자 "음악가"입니다.

 

말이 길어졌는데요..
음악가가 지향하는 철학을 이해하고 인정해줄 수 있는 것, 지금 대중음악계에 가장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철학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해당될 수도 있겠지요.

그저 한 두 분의 글을 읽고서 흥분을 좀 과도하게 한 건 아닌가 싶네요..
제가 좀.. 흥분을 잘해요... 어제 사녹 기다릴 때, 갑자기 나타난 지나가던 두명이 표를 받아 오더니... (아직 5시 되기 전이라 그냥 막 앉아있을 때였죠...) 옆에서 계속.. 끊임없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나누는데.. 그때 저 속으로 계속 "싸울까? 싸울까????????) 깨순님이 참으라고 해서 참았어요....(나중에 자리 잡을 때 깨순님이 대신 복수를 해줬어요. ㅋ "저~~~~뒤로 가세요." ㅋㅋㅋ 깨순님 짱!!!)

ㅡㅡ;;;

댓글목록

가을바다로님의 댓글

no_profile 가을바다로 회원 정보 보기

가수..  노래 부르는 것이 직업인 사람..  허나 대장은 가수로 국한시키기엔 그 범주가 너무 좁지 않을까요? 태지는 연주도 합니다 그럼 연주가이지요 또한 작편곡도 합니다 그럼 작곡가이지요 거기에 프로듀싱도 합니다 그럼 프로듀서지요 등등등...  제생각엔 대장은 가수로 규정짓지 않는게 우리가 해야할 몫 같아요 이런측면에서 대장은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가수가 아닙니다ㅎ 서태지는 그냥 서태지로 부르렵니다ㅎ

가을바다로님의 댓글

no_profile 가을바다로 회원 정보 보기

ㄴ 참고로 저도 한때 음악인을 꿈꾸던 한사람으로 이렇게 생각해봤습니다ㅎ 지금은 대구에서 꿈을 접은채 살아가고 있지만.. 대장을 보며 대리만족도 가끔 합니다ㅋㅋ

클로이님의 댓글

no_profile 클로이 회원 정보 보기

태지한테 엄청난 고음, 풍부한 성량 이런 거 기대하는 팬은 없을 것 같은데.. 밑에 분이 글쓰신 건 특정 무대에서 비음이 좀 과도해서 아쉬웠단 얘기지, 보컬 역량 전반에 관한 얘기는 아닌 것 같고요. 최근 라이브에서 태지가 비음을 많이 쓴 건 사실이고, 거기에 대한 취향이 갈릴 수 있는 거지 저런 말 한 마디 자유롭게 못할 건 아니라고 봐요.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no_profile 유별난여자 회원 정보 보기

ㄴ 가을바다로/ 네 서태지는 그냥 서태지로 부르는 게 맞겠죠? ^^ 우리 모두의 꿈을 대신해주는 사람인 거 같아요...>.<

클로이/ 당연 우리 매냐들이 풍부한 성량을 기대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었고요...;; 다만 음정불안에 대한 문제가 한 번 씩 나오는 거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한 거였어요. 어떤 문제에든 취향문제가 있으니 이런 저런 말 당연히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저도 제 생각을 말하고 싶었어요!!

새치마녀님의 댓글

no_profile 새치마녀 회원 정보 보기

유별난여자님의 글을 보니 데이빗 보위의 곡 'Heroes'가 생각나네요. 독일 분단 시절 베를린 장벽 앞에 선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죠.
http://www.youtube.com/watch?v=m3SjCzA71eM
이 노래 처음 들은 사람들은 보위가 노래를 굉장히 못 부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일부러 그렇게 부른 거라고 하죠.
그래서인지,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르면 원곡의 독특한 느낌이 사라져 아쉽기도 합니다.
Kean의 보컬 톰 채플린이 이 노래를 공연장에서 부르기도 했는데 여러분들이 듣기엔 어떠신가요?
http://www.youtube.com/watch?v=tM5fOfgWuig

새치마녀님의 댓글

no_profile 새치마녀 회원 정보 보기

사실, 보위는 음악과 연기를 동시에 배운 사람인데, 그래서인지, 보위의 음악을 들을 때면 노래도 연기하듯이 접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위가 노래를 못 부르는 것처럼 들리는 건 절규하는 부분이 마치 삑사리처럼 들리기 때문인데, '가창력'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보위는 노래를 못 부르는 게 맞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게 노래 속 주인공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면 삑사리가 오히려 적절한 창법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대장도 보위처럼 무대에서 일종의 연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성량이 부족하여 가창력 측면에서는 부족할 수는 있으나, 곡에 따라 밝은 느낌에서 어두운 느낌까지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표현의 폭이 넓은 가수라 할 수 있습니다.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no_profile 유별난여자 회원 정보 보기

ㄴ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단연 보위의 'Heroes'가 더 가슴에 와닿아요.. 스토리텔링의 효과도 물론 있겠지만요.. 보위의 진심, 보위의 이야기. 그리고 보위의 목소리. 이 모든 게 하나가 되는 거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전 음악적 소양은 부족하지만요.. 오빠의 가사를 정말 사랑해요. 그 이유는 그의 가사엔 '문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있기 때문이에요. "좋은 글"을 문법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음악도 노래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봐요. 형식이 내용을 살리는 건 사실이지만, 형식 자체가 내용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전 서태지라고 하는 음악가를 사랑합니다. 형식과 내용 두 가지의 조화를 완벽히 이루는 가수, 적어도 국내엔 서태지밖에 없다고 저는 자부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