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9집 수록곡 대부분을 다룬 곳은 빌보드닷컴이 유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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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닷컴에 올라온 대장 9집 전곡 리뷰 기사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진 이 기사가 전 세계에 나온 대장 기사 중에서 9집 대부분을 다룬 유일한 기사입니다. 몇몇 곡은 제목을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숲속의 파이터(Fighter of the Forest)', '성탄절의 기적(The Christmas Miracle)'
http://www.billboard.com/articles/columns/k-town/6296837/seo-taiji-quiet-night-album-new-wave-nightmare-before-christmas
근데, 외국에서 대장 다룬 글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평론가들에 비해 음악의 짜임새와 특성을 설명하는 데 좀 더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장 7집에 별 4개를 준 올뮤직 가이드도 마찬가지고요.
http://www.allmusic.com/album/7th-issue-mw0001701188
번역은 여기에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gfhjred/120059456011
혹자는 올뮤직 가이드는 신뢰할 만한 곳이 못 된다고는 하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참고로 이 글을 읽어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네이버에서 올뮤직 가이드라고 검색하면 카페 검색 결과 맨 위에 뜨는 글입니다.)
http://cafe.naver.com/rcafe/49179
이 필자의 말에 따르면, 올뮤직 가이드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길잡이를 해 주고자 하는 사이트입니다. 즉 맘에 안 드는 음악인을 심판해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그런 곳이 아니란 얘기죠. 저 필자는 대장과는 무관한 록 마니아이지만, 올뮤직 가이드를 어느 정도는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뮤직 가이드에서 대장 음반 좋게 얘기했다고 하니까, 올뮤직 가이드를 까는 사람들이 등장하더군요. 그 이전엔 그런 사람 못 봤는데 말입니다.
이런 일은 피치포크에서 지드래곤 2집에 점수를 좋게 줬다고 했을 때도 벌어졌죠. 그 전엔 피치포크가 성경인양 떠받들던 사람들이 말입니다.
또 하나는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외국 음악인들의 이름이 우리나라에서 서태지 음악을 논할 때 거론되는 사람들과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 위, 빌보드 닷컴에 실린 9집 기사엔 처치스 얘긴 단 한 마디도 없죠. 이건 빌보드 닷컴에 실린 다른 대장 관련 기사도 마찬가지고요. 대신 Matt Wilder라는 사람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처치스보다 한참 대선배죠. 사실 신스팝이란 게 요새 나온 장르가 아니라 80년대 초에 나온 것이니까요.
이는 올뮤직 가이드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에선 핀치 얘기만 했지만, 이곳에선 Jesu, Aphex Twin을 언급했습니다.
또한 언급하는 목적도 베꼈다고 까내리려는 게 아니라 음악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한 참고 자료이죠.
이처럼 연상되는 음악인이 사람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는데도, 우리나라에선 약속이나 한 듯이 처치스, 핀치 얘기만 했다는 것은 평론 자체가 복붙(복사+붙여넣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 평론가들의 글은 관점의 차이를 떠나서 수준 자체가 일반 네티즌보다 더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대장 7집에 대한 리그베다 위키의 설명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http://rigvedawiki.net/r1/wiki.php/7th Issue?acti>
수록곡들은 전반적으로 I - V - vi - IV 코드를 중심으로 곡을 진행해나가되 필요하면 이를 변주하는 형태로 전개한다. 서태지는 이를 앨범 전체를 하나의 곡처럼 이어나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한 감성을 강조한 앨범답게 멜로디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멜로디는 마디에 맞춰 끊어지는 구조를 가진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고 비정형적 리듬을 만드는 멜로디라거나, 세 부분으로 구성된 멜로디가 두 마디에 나누어 들어가는 등 상식을 깨는 멜로디 구조가 앨범 전반적으로 발견된다. 참고로 싱코페이션과는 다르다. 싱코페이션은 전통적인 멜로디에서 한 박자 가량을 밀고 당기는 개념이라면 이건 아예 멜로디의 구조 자체를 의도적으로 왜곡시켜서 새로운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
드럼 앤 베이스에서나 쓰이는 복잡한 드럼 리듬을 도입한 , 등에서 보이듯, 부분적으로 일렉트로니카의 작법을 차용하기도 하였다. 서태지는 이전 서태지와 아이들 시대에도 <수시아>와 같은 일렉트로니카 악곡을 썼던 적이 있는데, 이러한 일렉트로니카 성향은 4년 후 발매된 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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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멜로디의 구조를 파격적으로 변형시켰기에, 올뮤직 가이드에서는 대장 7집을 제임스 조이스라는 소설가가 록 음악을 하듯이 리프들이 자연스레 흘러가도록 했다고 평가한 겁니다.(참고로 제임스 조이스는 파격과 난해함으로 유명한 작가이죠.)
하지만, 당시 평론가들은 이런 점을 알아채지 못하고, 대중적인 음악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평론가라면, 일반인이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런 점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성기완 씨, 강명석 씨, 배순탁 씨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성기완 씨는 지금 활동을 안 하시니....
그 원인을 제가 생각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정말 듣는 귀가 허접한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를 감추기 위해 현란한 말빨을 늘어 놓고, 특히 논란이 많은 사람을 까면 그거 구경하는 맛으로 사람들이 글을 읽으니 그 덕에 살아남는 겁니다.
2. 지면의 제약과 출판 업계의 쇠퇴 때문입니다.
사실, 잡지는 종이 잡지이건 웹진이건 간에 정해진 분량에 맞춰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서태지 음악의 코드 진행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같은 걸 할 수 없는 겁니다.
게다가 잡지 자체가 안 나오니 전문 필자도 외국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죠.
반면, 블로그는 분량 제한이 없이 눈치 안 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밥벌이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보다 내용이 더 알찬 아이러니한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이처럼 전문 매체가 거의 죽어버린 상황이다 보니, 간혹 우리나라 매체에는 없는 알찬 정보를 외국 매체를 통해서 얻는 아이러니한 일도 생깁니다.
앞서도 언급한 지드래곤의 경우도 그 좋은 예인데, 지드래곤 2집을 어떤 식으로 만들었고, 그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다룬 매체는 영어 웹진인 컴플렉스 매거진이 유일하더군요.
http://blog.naver.com/white_gh0504/80197976784
3. 평론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 때문입니다.
막귀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부분을 발견해 내어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못마땅한 사람을 심판해서 질서를 바로잡는 게 평론"이라고 인식을 하기 때문에 알지 못하고 까는 소리도 옳은 소리인 줄 착각하는 겁니다.
물론, 나쁜 음악을 비판하고 좋은 음악을 칭찬하는 것도 평론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까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사실, 이는 아이돌 음악 비평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아와 장현승이 '트러블 메이커'란 곡으로 활동할 때 선정성 논란이 일자, 음악적으로는 전혀 논할 가치도 없다는 말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유일하게 반기를 든 사람이 있었죠. 바로 앞서 언급한 배순탁 작가입니다.
http://music.daum.net/musicbar/musicbar/detail?board_id=2730
비록 가수의 실력은 아쉬우나, 왜 작곡가 신사동호랭이의 곡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지를 알기 쉽게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앞서 여러분들이 어이없어하신 씨엔블루의 경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밴드로서의 실력은 부족할 수 있으나, 곡 자체의 만듦새는 괜찮았을 수도 있거든요. 빌보드닷컴 사람들은 어차피 음반에 실린 노래만 들었을 것이니까요. 기획사가 이걸 언플에 이용해서 문제일 뿐이죠.
개인적으로 씨엔블루 기획사가 인디 상대로 밉상 짓거리를 하지만 않았어도 씨엔블루가 이렇게까지 까이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4. 대장의 특수한 위치 때문입니다.
항상, 대장 음악이 나오면 그동안 해묵은 논쟁을 반복하기에 바쁘니, 정작 음악 자체에 대한 내용은 뒷전이 되어 버리는 거죠. 아무리 대장을 새로운 시각에서 편견 없이 보려고 해도, 일단 세간의 통념을 깨는 말부터 해야 하니까요.
그러면 안티들이 그걸 또 반박하고, 결국은 같은 주제를 놓고 끝나지 않는 토론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거죠.
댓글목록
별님달님님의 댓글

항상 올려주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그래너야님의 댓글

우리나라는 서태지 음악보다는 가쉽거리에 더 관심이 많음. 뭐 비단 서태지뿐만 아니라 모든 가수들한테
버퐐로니까님의 댓글

이런 심오한 글을 보면...저의 음악공부는 아기수준이라 생각되네욤...ㅡㅡ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님이 말하는 이러한 평론의 문제는.. 비단 음악계에만 있는 일은 아니죠... 한국문화계 전반에 깔려있고 뿌리깊게 박힌 문제라서.. 더 답답합니다. ....
nick님의 댓글

좋은 글이네요.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사실 어느 시점부터는 서태지의 음악을 제대로 비평할 수 있는 사람도 없거니와, 거기에 더해서 우리나라의 문화 비평 시스템 자체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예요.
서태지의 음악은 매 앨범이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데 국내 평론가들의 시점은 고리타분한 구시대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요...
음반이 발매되면 각종 매체를 통해 리뷰들이 쏟아지지만 그 내용은 알맹이 하나 건질것 없는 텍스트들이 대부분이죠. 그러다 10년이 지나 재평가를 받는 웃픈 상황...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렇게 꾸준히 웰메이드 음반을 만들어주는 서태지씨 고맙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킹왕짱이예요 ㅠㅠ
복고양이님의 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런 걸 원했어요!!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오꼬노미야끼님의 댓글

우리나라 는 평론 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상하게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봄님의 댓글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귀가 반응하는것을 표현할 수 있는 지식이 없어 항상 아쉬운 마음인 저같은 사람한테 좋은 글 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