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변해] 철학자 들뢰즈와 ‘T'ik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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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 여 년 전, 한 편의 글을 읽다가 발견(?)했던 한 요소가 갑자기 생각나서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이 야심한 야밤에 그 책을 다시 꺼내들었어요..^^;
바로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이라는 철학서가 그 저서인데요...
다음은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중 한 부분입니다.
“가령 시계가 네 시를 알린다고 하자. 각각의 타종, 각각의 진동이나 자극은 순간적 정신인 다른 타종이나 진동에 대해 논리적으로 독립적인 관계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들을 어떤 내적이고 질적인 인상으로 수축한다. 이 수축은 모든 회상이나 분명한 계산의 바깥에서 성립한다. 그 수축은 살아 있는 현재 안에서, 지속으로서의 이 수동적 종합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후에 우리는 그 타종들을 어떤 보조적인 공간과 파생적인 시간 안에 다시 위치시킨다. 여기서 우리는 그것들을 재생할 수 있고 반성할 수 있으며 얼마든지 양화 가능한 외부적 인상들인 것처럼 계산할 수 있다.
아마 베르그손의 예는 흄의 예와는 똑같지 않을 것이다. 베르그손의 예는 닫힌 반복을, 흄의 예는 열린 반복을 가리킨다. 게다가 베르그손의 예는 A A A A(틱, 틱, 틱, 틱)라는 요소들의 반복을, 흄의 예는 AB AB AB A…(틱-탁, 틱-탁, 틱-탁, 틱……)라는 경우들의 반복을 가리킨다. 이 두 형식은 주로 다음과 같은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 즉 흄의 예에서 차이는 단지 요소들 일반의 수축 안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차이는 각각의 특수한 경우 안에도 현존한다. ………“
- 질 들뢰즈, 김상환 옮김, <<차이와 반복>>, 민음사, 2004, 173~174쪽. -
여기서 “앗!”하는 사람들 많으시거나 많으셨을 것 같아요 ^^ ㅎㅎ
이미 5년 하고도 4개월이나 지난 곡이지만.. <<차이와 반복>>이 국내에 10여년 전에 소개된 후 한동안 인기를 끌다가 5, 6년 전에 들뢰즈의 대표작 <<천개의 고원>>으로, 다시 들뢰즈가 한국인문학계에서 돌풍을 일으켰음을 생각해보면, 우리 태지대장오라방이 이 글을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태지대장오라방이 들뢰즈의 글을 읽었을지, 혹은 베르그손을 읽었을지, 또 혹은 흄을 읽었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요...
중요한 건, “틱 탁”이 그저 단순한 시간의 반복이 아닌 무수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음에 있겠지요. 즉 “틱 탁”이 무수한 차이를 통해서 새로움의 발견과 그 지향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용어라는 점에서.... 철학적 의미를 담지한 곡으로서 ‘T'ik T'ak’은 꼭 다시 읽혀질 필요가 있는 곡인 것 같습니다.
글이 조금 길어질 것 같지만... 잠깐 들뢰즈가 누구인가를 소개하자면요.. 기본적으로 해체주의자로 불리워지는 들뢰즈는 ‘구조화’되어 있는 근대적 인식이 다양한 지점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져 있는지 알아보고.. 그게 결국 우리의 사고를 결정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다양한 가능성도 함께 있음을 알아본 철학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너무나 안타깝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이 천재적 철학자를 아주 좋아하는데요.. 우리의 인식구조가 보통 ‘근대’ 혹은 ‘자본’이라고 표현되는 요소들에 틀어박혀 일자(一者)적으로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 일자(一者)를 벗어날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천가지의 고원’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죠.
근대를 넘어서고자 노력했던 수많은 후기구조주의자들이 주체와 타자의 문제가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 있음을 찾아내고 밝히고자 했다면, 들뢰즈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뿌리 깊은 일원성 안에 사실은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리좀(Rhyzome)들이 무한히 있음을 말했어요. 바로 반복 안의 차이를 통해 가능성을 말해주고자 한 거죠..
간혹 “개인은 개인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죠. 이는 결국 사회 안에서 개인은 수많은 ‘수목’들에 의해 남들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게 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반복’ 안에 정말 ‘차이’가 없을까요? 들뢰즈는 바로 이걸 얘기했어요.
그게 무엇이든, 똑같아 지려고 노력해도 절대 똑같아 질 수 없는 건 이 세상에 무수히 많죠. 개인의 기억이 그 대표적인 경우인데요.. 동일한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에게 어느 한 사건을 기억해보라고 하면, 모두 본인이 중요하다 판단하는 걸 기준으로 그 기억을 구술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권력적 작용도 있어서 ... 공통된 기억을 가진 이들이 많아질수록 .. 때로 역사적 사건은 한 집단만의 '주체'적 입장에서만 기억되고 기록됩니다. 그게 바로 권력적 역사죠. 근래에 들어 랑시에르 같은 미학자는 이러한 들뢰즈의 견해를 받아들여 정치의 가장자리가 가지는 문제(일상의 정치성)를 통해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결국 핵심은 "반복은 차이를 수반한 반복이라는 것(들뢰즈식으로 표현하면 리토르넬로)"에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역사는 생각처럼 권력자들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거든요. 아주 미세하게 그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다양한 유형의 개인들 때문에라도 역사는 필연적으로 다른 흐름을 만들게 됩니다. 그렇게 반복이 무수히 이루어지다 결국 큰 흐름이 찾아오죠.... 그래서 "나"가 중요하고 "개인"이 중요한 거죠. 수목이 아닌 리좀적인 개인이.
이쯤해서.. 오래만에 ‘T'ik T'ak’의 가사 읽구 가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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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시간 컨트롤 된 뇌파
내 창 밖에 다가온 재앙
저 날카로운 바람은 모든 걸 알고 있어
이 어두운 밤 더러운 싸움 진실 카운트
T'IKT'AK 시간의 속도를 감지 못한 이 걸음 바쁜 종말에
다른 바람 섞인 이 온도의 차이
T'IKT'AK 뚜렷한 가치를 담지 못한 너의 텅 빈 brain
A new order for the world why you can't cry?
내 서랍 아래로 감춰 둔 비의
내게 남은 마지막의 대안
순간 눈을 감아 바람을 난 모으고 있어
너의 음모를 증명할 진실 카운트
T'IKT'AK 시간의 속도를 감지 못한 이 걸음 바쁜 종말에
다른 바람 섞인 이 온도의 차이 T'IKT'AK 뚜렷한 가치를 담지 못한
너의 텅 빈 brain
A new order for the world why you can't cry?
이 맑은 산소와 태양 바람 모두 충분한데
대체 왜 너는 왜 어째서 이렇게도 외로운걸까
Destroy the world 네 술책 비호로 집어 쓴
너의 감투로 네가 넘어야 할 문 턱
T'IKT'AK 시간의 속도를 감지 못한 이 걸음 바쁜 종말에
다른 바람 섞인 이 온도의 차이
T'IKT'AK 뚜렷한 가치를 담지 못한 너의 텅 빈 brain
A new order for the world why you can't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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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이 곡의 핵심적 가사는 다음이겠죠....
" T'IKT'AK 시간의 속도를 감지 못한 이 걸음 바쁜 종말에
다른 바람 섞인 이 온도의 차이
T'IKT'AK 뚜렷한 가치를 담지 못한 너의 텅 빈 brain
A new order for the world why you can't cry? "
이 곡 속에 있는 다양한 의미를 다 말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들뢰즈가 말한 시간-기계 개념을, 이 곡은 명확히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틱틱이 아닌 틱탁으로 표현되는, 반복적 시간에서의 벗어남과 주체화 되지 않는 다자체로서의 시간의 차이가.
하지만 오늘 이 글에서 제 목적은, 이 단어는 이걸 의미하고 이 문장은 이런 뜻이다는 식의 해석을 하는 데 있지 않아요. 저는 주석적 글만큼 위험한 권력적 글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중요한 건 감각아닐까요?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는 감각이요.
음악가 서태지의 "틱탁"과 들뢰즈의 "틱탁"을 생각해보면서... 시계바늘 소리에 한 번 정도 귀 기울여 보세요. 지금 여러분의 시간은 어떠세요?
‘T'IKT'IK’으로 들리시나요.. ‘T'IKT'AK’으로 들리시나요?
저는 아직 ‘T'IKT'IK’으로 들리네요.. 아마도 이건... 저에겐 아직...
“맑은 산소와 태양 바람 모두 충분한데도 감투를 뒤집어 쓴 채 넘지 못하는 문턱”이 있기 때문이겠죠...
ps. 저의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버퐐로니까님의 댓글

*_* 이런 철학적 의미를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대장.....요즘 항간의 말로 뇌가 섹시한 남자(^ 3^)
노마드님의 댓글

대장노래에 별 관심없어 하는 남푠이 노래가사를 보더니'서태지 언어학 공부한거 아니야?' 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그치 그치 행동하는 지성인 노암촘스키 같지 않아?' 그랬더니..'헐; 너무 나간다..먼 말을 못하겠네'라며...^^;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버퐐로니까 / ㅎㅎ 정말 뇌가 섹쉬한 남자~~~>.< ㅎㅎ
노마드/ 울 대장오빠가 언어학 및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건 정말 분명한 거 같아요~ 그런데 전 촘스키보다 오늘 소개한 들뢰즈에 더 비슷하다 생각했었어요~ 어떤 현상을 볼때 그 속에서 새로움을 찾고자하는 것도 그렇지만.. 음악적인 부분만 봐도 다양한 장르의 결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낼 때!!!! 반복과 차이가 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거든요!!!! 반복으로 보이지만 아주 미세하게 진행되는 수없는 코드의 변환들!! 정말 음악적 실천자 대장오라방!! ㅎ (완전 찬양 ㅎㅎㅎ) 들뢰즈는 수많은 문학과 음악 회화 속에 있는 탈코드화된 사항을 찾아내려구 했었어요.. 음악적 소양도 아주 뛰어난 들뢰즈였죠.. 예술이야말로 최고의 혁명적 실천이라며.. 이렇게 보니 대장은 정말 들뢰즈가 말한 최고의 예술가인 거 같네요^^ ㅎ
글구 전 촘스키는 ... 고인이 된 마왕과 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명한 인문학매니아, 철학서 매니아였던 마왕은 철학을 아주 좋아했죠.. 세상을 새롭게 보고 읽기 위해 철학은 꼭 읽어야 할 분야라고 생각했었는데... 단 그 심오한 의미를 쉽게 표현해주고.. 본인의 의견을 음악가로서의 자리에서 실천적으로 행동하고 싶어했었는데.. .. 한 번도 직접적인 언급을 해준적은 없지만 울 대장오라방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때때마다 주기적으로 한동안 대장오빠가 마왕을 만났었다구 하죠.. 그때 두사람은 어떤 토론들을 했을까..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철학은 무엇이라고 얘기를 나누었을까...(물론 일상적 얘기들도 나누었겠죠..^^) 전 그런 생각도 해봐요.. ... 이번에 마왕 유고집이 나오는데 꼭 읽어보려구요... 마왕 얘기하니 갑자기 슬프네요 ㅠ
리밋님의 댓글

T'ik T'ak!! 요즘 제가 제일 열심히 듣는 노래에요. 뮤비도 참 좋고, 가사에서의 표현도 제 취향이라~
이렇게 다양한 분야로 접목해서 생각하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대단해요..!
좋은글 오늘도 잘 읽고갑니다~~♥
봄님의 댓글

히잉 ㅠㅠ 님글 너무 멋지고 제가 좋아하는 분야와 너무 맞아서 기호학과 오가와요코 글 수와 수식 접목해서 댓글을 뙇 썼는데 댓글달기 누르자 만료된페이지 ㅠㅠ 로그인하시오 히잉~~~ 무튼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는 올릴 용기는 아직 없지만 자주 글 올려주시면 열심히 댓글 달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리밋/ T'ikT'ak 뮤비도 정말 좋죠~ 곡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면서 뮤비를 보니 전 이 곡이 전 더욱 좋더라구요~ 예전부터도 그랬지만 정말 태지오라방은 한땀한땀 수를 놓듯, 의미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음악 작업을 하시는 장인인 거 같아요!!
봄/ 저도 그런 적 있어요;; 로그인을 하라니..ㅠ 그래서 전 긴 글을 쓸 때는 꼭!! 큰토롤브이를 준비한다능요;; 하지만 님이 하고자 하는 말은 너~~~~무 잘알겠어요^^ 그래두 다음에 "기호학과 오가와요코 글 수와 수식 접목한 댓글"의 내용 꼭 알려주세요^^ ㅎㅎ 저두 기호학 참 좋아하거든요^^
숲속의 파이터님의 댓글

닷컴에서 들뢰즈 이름을 볼 줄이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