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방청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무대 순서는 첫 번째였네요. 방송에는 두 번째 순서로 나간다고 합니다.
무대 위로 처음 등장했을 때, 역시나 표정이 많이 어두웠습니다. 지쳐보였어요. 
그래서 속으로 ‘오늘 공연 상당히 힘들겠다’ 싶었는데 
오늘 오신 방청객분들이 정말로 많은 격려를 보내주셔서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녹화가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꼭 팬분들이 아니어도, 오늘 오신 모든 분들이 신해철을 그리워하고, 
서태지가 겪고 있을 아픔을 헤아리면서 더 큰 응원을 보내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토크 중에 서태지도 말했지만 따듯한 분위기여서 많은 힘이 되었답니다.

첫 곡은 <90’s icon>이었습니다. 추모의 성격이 강했어요. 
그래서 노래를 듣는 내내 서태지보다는 신해철 생각이 났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왠지 숙연해지더군요..

두 번째 곡은 <크리스말로윈>이었습니다. 
서태지가 이제부터 첫 곡이라고 말하며 신나게 달렸네요 :) 

[사족 지난 번 콘서트 때도 다녀왔었는데요(지정석 관람), 
음… 뭐랄까 아직 신곡들의 사운드가 라이브 무대에 최적화되지는 못한 것 같아요.
나쁜 건 아닌데 음반으로 들었던 그 꽉차면서도 선명한 음색들이 
잘 살지 못하는 것 같거든요. 뭉개지는 경향이 있다고 할까.. 
보컬 소리도 유독 더 묻히는 것 같고요. 
새삼 9집 사운드가 정말 까다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전 2층 지정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유희열과 토크가 이어졌습니다. 
꽤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더라고요.
음악과 관련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무엇보다 두 사람이 묘하게 잘 어울려서 재미있었습니다! 
감성변태와 변태지의 조화가 아주 신선했던..ㅋㅋ 
시종일관 빵빵터졌네요ㅎㅎ 방송에는 어디까지 나올런지! :)

그리고 . 신해철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차분하게 신해철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리워했어요. 
- 신해철은 사실 굉장히 따듯한 사람이라고, 음악하는 후배들을 정말 잘 챙겨준다고 
유희열이 말하자 서태지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른다며 속상해하더군요... 
왠지 모를 애절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세 번째로 부른 곡은 <너에게>였습니다. 전 이 곡도 추모곡처럼 들려서 슬프게 들었네요.

이어서 nbsp;<인터넷 전쟁>을 불렀습니다. 이때부터 스케치북이 서태지 콘서트장으로 변했죠! :) 
2층까지 전원 스탠딩!! 정말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마지막 앵콜곡으로는 <시대유감>을 불렀는데요, 제 기분 탓이었을까요? 
뭔가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오늘 공연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도 서로가 공유하고 있던 슬픔을 토해내는 것 같았고요.
그래서 뛰고, 환호성을 질렀지만서도 경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해철이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참 멋지다’고 생각했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서태지도, 관객들도 최선을 다한 정말 아름답고 멋진 마무리였습니다. 

우려와 달리 우리 모두가 참 잘 견뎌준 스케치북이 아니었나 싶어요. 
세심한 진행으로 서태지와 함께 신해철을 회상할 수 있게 해준 유희열에게도 너무 고맙고요,
공연 중간중간 힘내라고 소리치며 응원하고 위로해 준 팬 분들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큰 슬픔을 안고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래해 준 서태지... 
이래서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저는 여전히 당신의 팬입니다. 힘들었을 텐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