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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쾌유기원]유난히 센티멘탈해지는 오늘.. 페이스북에 쓴 글 이곳에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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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tobe taiji 회원 정보 보기 작성일 14-10-25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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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내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긴 글을 적기로 한다.
유교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나를 표현하는 창구를 마련해 준게 서태지였다.
처음으로 반항도 하고.. 내 선택을 무작정 믿기도 했다.
지금도 나의 시대에 그가 있어준 것이 눈물나게 고맙다..

이번 9집 앨범에 90's Icon 은 내 마음을 격하게 흔들어 놓았다..
내 나이 35 이제 40이 가까워 오고 있어서 일까?
주류이고 싶었던 적도.. 내가 주류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갑자기 시간이 흘러 힘없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듯한 불안감과 이러한 현실속에서 담담히 나는 나의 길을 갈 수 있을까 라는 자문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신해철이 쓰러졌다.. 서태지 만큼 열광적으로 그에게 환호한적은 없지만.. 그는 언제나 음악으로 말들로 내 간지러운 마음을 긁어주던 존재였다.. 유학시절 민물장어의 꿈은 힘들때마다 듣던 단골음악이었고..
마음껏 슬프고 싶을 때는 굿바이 얄리를 틀어놓고 펑펑 울었다.

오늘 서태지가 슈퍼스타k에 나와서 마왕 신해철의 쾌유를 함께 기원해 달라며 울먹거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 모습이 낯설다고 하지만.. 나에게 서태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4집 활동을 시작할 때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앨범이 마지막일꺼라는 소문과 우려들이 팽배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안심하던 어느날 갑자기 서태지와 아이들은 은퇴 회견을 했다. 더이상 기다릴 상대가 없다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절망적이었고 슬펐다. 그 때는 정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세상은 왜 이럴까?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무엇이 잘못된 걸까? 라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질문을 우리 사회는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지금의 학교와 가정.. 아이들이 느끼는 사회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살던 그 때의 사회는 우리에게 하나의 결과만이 정답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 했다.. 하나의 가치만을 쫒는 삶이 왜 잘못된 것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도 못할 때 그는 음악으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와 문제들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존재에 감사한다.

나의 부모님은 내가 그의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의 생각에 공감했고 그의 메시지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나의 생각들을 정비해왔던 것 같다. 정말 자신이 느끼고 생각해 온 문제를 늘어놓는 것과 얄팍한 주절거림과는 큰 차이가 있고.. 우리는 듣는 순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시대에 내가 있음이 또 한번 감사하다. 그는 스스로를 만들었고 완성했다. 그게 서태지의 가치다. 그리고 22년 동안 그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편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고.. 새로운 것들을 쏟아내는 그는 정말 멋지다.

이지아와의 이혼으로 서태지는 졸지에 우스꽝스러운 로리타로 세상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괜찮냐.. 어떠냐? 라는 질문들을 쏟아냈지만.. 나는 진심 괜찮았다. 오히려 그가 사람같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렸고.. 사랑했고.. 그 사랑을 지키지 못했고.. 지금 또 다른 사랑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빠가 되었다. 나는 서태지를 엄청나게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절대로 무조건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하며.. 그것은 내 삶의 방식에도 위배된다. 아무리 그가 나에게 큰 메시지를 던져준 존재라고 해도.. 그건 옳지 않다.
나는 그를 비난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다. 그냥 그의 과거 스토리 한 줄을 읽었고.. 그것이 아픈 이야기 라는 것일 뿐..
사실 그를 비난하는 온갖 말도안되는 꾸며진 이야기들이 불쾌하고 참기 힘들기도 했다.. 우리는 항상 세상과 맞서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데 힘을 모아온 최초의 팬덤이었는데, 이건.. 굉장히 생소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무시할 수밖에 없었고, 그가 돌아왔고.. 각자의 판단이 내려질꺼라고 생각한다.

12월 어느날 나는 서태지에게 큰 사이즈의 선물을 하나 할 생각이다. 아직 어떻게 전달할지.. 받아는 줄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동안 받은 메시지만 넘쳐나서.. 펜레터가 아닌 그동안 그에게 받은 많은 메시지들을 내가 어떻게 곱씹고 성장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그게 그에게 하나의 기쁨이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서태지는 서태지다..
그를 좋아하는 것도.. 비난하는 것도 모두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를 기다렸고.. 그의 이야기에 목이 마른다.
어쩌면 우린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
대장 화이팅
그리고 마왕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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