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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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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수파리라쿠마 회원 정보 보기 작성일 14-10-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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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틀 타고, 지하철을 타고 저 혼자 그렇게 갔어요. 

친구들도 동생도.... 결혼식에, 약속에, 다른 일들로 분주 해서 함께 갈수 없더군요. 

혼자 가면서도 한발짝 한발짝 설레였어요. 

오빠를 보러 간다니... 동화속에만 존재하던 주인공이 책밖으로 나와 만나주는 느낌이었어요. 

오래 살아보니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하루 닥쳐오는 일들만 처리하기에도 버거운 삶이지만, 그래도 어른이 되었고, 

오빠 공연 티켓 내 능력으로 살수 있는 정도는 되었으니까. 

오빠도 열심히 살아서 9집을 냈고, 나도 열심히 살아서 이곳에 이렇게 있고. 

우리 만날수 있었던 거니까... 

 

공연이 시작 되었고 

내앞에 찬란한 무대가 펼쳐 졌고, 오빠가 나타났죠. 

모아이와 소격동 부르실 때는 사실 무대를 잘 볼수 가 없었어요. 

제가 키가 작은데 앞의 사람들이 키크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노래도 즐기고 퍼포먼스도 만끽하고 싶은데 

처음에는 오빠가 보이는 자리를 찾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보냈어요. 

그리고 나서  크리스말로윈... 와~ 

정말 폭발적인 사운드와 폭발적인 비주얼이었어요. 

정말 이전에 갔던 해외유명락밴드공연 비할 바가 안되게 강렬했고 충격적이었어요. 

진짜 오빠는 앞뒤 안재고 최고를 준비했구나. 모든걸 다 쏟아 부었구나 라고 느꼈어요. 

(오빠 공연 이렇게 하면 적자 안나요?) 

 

 그리고 오빠멘트가 있었죠. 

오래 기다려 줘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도 못잇고 눈시울이... ㅠㅠ   

전 이전까지 팬 활동 같은거 해 본 적 없는... 그냥 시디 사서 열심히 듣기만 하던 평범한 팬이었기 때문에 이때 처음 알았어요. 

가수 서태지에게 팬이란 목숨같이 소중히 여기는 존재라는걸... 

그 전까지는 전 오빠는 대 스타이고 저같은 사람은 그저 해운대 모래알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왔어요. 

우리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아 이 순간을 이 느낌을 좀더 많은 팬들이 경험했더라면 너무 좋을 텐데... 

 

그렇지만 오빠의 나머지 멘트들은 정말 어색했어요. 약간 중언부언도 많이 하시고 연결도 매끄럽지 못하고 

하지만 나는 오빠의 그런 모습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보았어요.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완벽하게 실행시킬수 없는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그 모습에서 위안을 얻었어요. 왜냐면 나는 그런 오빠 모습도 좋았으니까. 좀 그래도 괜찮으니까. 

 

그리고 오빠의 예전 노래들을 들려 줬지요. 내 모든걸.... 

와~  참 오랫만에 들어봤는데... 가사가 다 기억이 나고 따라 부르는데 

몸안에 케미스트리가 확 생성되면서 피를 타고 돌더군요. 

이어지는 너에게... 너를지우려고해 take five 등등 (순서 잘 기억 못해서 미안해요)

거의 느낌이... 지나온 인생을 다시 사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예전에 사랑했던 노래들, 내가 사랑하는 서태지가 직접 내 앞에서 불러 준다니 

지금도 이 글 쓰면서도 눈물이 나요. 우리들과 오빠 마주보면서 노래 불렀던 기적같은 시간이

시공간4차원의 우주에서 두 직선이 한참 가다보면 

우연히 한번 만나게 되는 그런 일이 일어난 거예요. 

참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어렸을 때는 이렇게 할 능력도 없었고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못했죠. 

오빠도 5년만에 왔지만, 나도 정말 오늘 못올수 밖에 없었던 많은 이유들이 있었는데 

이건 정말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요. 

 

그리고 오빠의 신곡 세곡을 불러 줬지요. 

신곡 나오면 원래 그렇게 경건하게 듣는 거예요? 

물론 열심히 음악 꼼꼼히 안듣고 떼창만 해대는 것도 좋은 리스너는 아닌거 같지만 

좀 심하게 경건해서 살짝 당황스러웠어요. 다들 음악에 조예가 깊어서 그런 걸까요?

오빠 노래들이 엇박이나 꾸밈음등이 많고 가사가 박자랑 딱딱 떨어지는게 아니라 

한번 듣고 소화해서 라인을 따라가긴 힘들지만 

그래도 나는 꿀렁꿀렁 따라가는 것도 즐겁던데...  근현대 클래식음악들 처럼요.

전 즐겁게 들었어요. 퍼지하지만 강한 사운드들, 참 음악이 입체적이었어요. 

사실 가사나 모든악기 꼼꼼히 들으려고 작정만 안하면 비트나 전반적인라인이 그렇게 난해하진 않았어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게 또렷한 곡을 만들 의도가 없는 노랜데  

처음 들은 리스너가 무슨 재주로 그걸 처음부터 다 캐치 하겠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또렷함을 좋아하니까... 쉽게 와닿지 않을거라는건 오빠도 이미 알았죠? 

그래서 천연덕 스럽게 "낮설죠?" 그런거죠? 하나도 당황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좋아할 수 없을 것을 알면서도, 오빠가 생각하는 가장 최고를 선물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오빠의 새 노래가 세상에 처음 울려 퍼질때 내 귀로 직접 듣는 다는게 감격스러웠어요. 

 

앞으론 신곡 처음 부를땐 오빠가 곡과 곡사이에 설명도 해주고 

기본 비트에 맞춘 모션을 좀 우리에게 추천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얘기는 10집 컴백 콘서트에나 유용하겠지만요 (이번 추후 콘서트때는 다들 소화하고 떼창해 드릴것 같으니까요^^ )

 

음 그리고 90's Icon. 

이거 우리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죠? 

사자가 위대한것은 밀림에 적들과 싸워서 이겨서가 아니라 

적들이 가득한 밀림에서 배를 뒤집고 낮잠을 잘 수 있는 배포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죠. 

마음 속에 있는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약한 감정들, 이렇게 여과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오빠 밖에 없을 거예요. 

더이상 전국민을 아우르는 아이돌이 될 수는 없다는것 

그리고 그런 보편적 인기를 얻기 위해 하고 싶은 음악의 방향을 바꾸지 않겠다는것 

그런 여건과 선택에 뒤따르는 결과에 대해서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 들이고 

그 위에서 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오빠. 

오빠는 참 단단하고 깊이 있는 사람이군요. 

근데! 이 모든건 제가 오빠 기자회견이랑 JTBC인터뷰 보고 종합해서 느낀 결론이고!!! 

콘서트때는 "저와 함께 여러분의 인생도 저물어 간다"니요!!!!!  그런 짧고 애매하고 비관적인 설명이 어딧답니까??? 

저의 해석이 틀리지 않다면 언제든 나와서 명확하게 이야기 해 주세요.

[저는 주류가 되기 위해 음악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을 것이고, 저나 팬들 어려분이나 예전의 화려한 인기를 자랑할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전 괜찮아요. 여러분도 괜찮죠?] 라고. 

 

저의 공연 총평은 이래요... 

1. 만나서 행복했어요. 

2. 어려운 시간들을 지내오면서도 그만두지 않고 다시 신선하고 재미있는 음악 들고 나와줘서 고마워요.

3 최고의 퍼포먼스 준비해 줘서 고마워요. 표값은 크리스말로윈부터 잊었어요. (You had me at Hello (ref. 제리멕과이어))

4 19곡 스트레이트, 오빠의 동안 보다 그 체력이 더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운동할 거예요. 

5 오빠 옛날 노래 들으면서, 오빠 노래들이 정말 따뜻하구나라고 느꼈어요. 오랜세월 위로 받았어요. 지금도.

6 늘 사회 비판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 수많은 메세지들... 나이를 먹고 살아가기 힘들다는 핑계로 잊어버릴 뻔했던, 어린시절 우리들이 공유했던 생각들 다시 일깨워 줘서 고마워요. 우린 아직 젊고, 남들이 바뀌기 기대하기 전에 스스로 바뀌려고 노력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요. 

 

 

(오랫동안 태지오빠 서포트해주신 팬클럽 여러분들 감사해요. 전 생각해 보니 좋아하기만 했지 한것이 아무것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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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YOUJIN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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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쓴것도아닌데 읽으면서 울컥울컥하네요 ㅠㅠ 팬이되서 행복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