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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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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JW 회원 정보 보기 작성일 14-10-2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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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시간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고1인지 고2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가난했던 저는 정말 큰 맘먹고 당신의 콘서트를 갔었답니다.  거의 맨 뒷자리에서, 성냥개비가 춤을 춘다는 걸 경험했던 콘서트였지만, 그래도 제 인생 처음의 콘서트였고 너무나 행복했어요.  당신이 나오는 광고를 포함한 모든 방송을 녹화했고, 자유시간.  그 광고 녹화를 가족이 실수로 지워서, 정말 난리난리 쳤었던 기억도 나요.  라디오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연을 보냈고, 당신의 은퇴에 깊은 충격과 슬픔을 경험했고 (제가 고 3때 였답니다)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울어본 건 처음이었어요.  아마도 많은 제 또래의 친구들이 그랬겠지만요.

그랬었는데 언제부턴가 당신을 잊고 지내게 되었어요.  바쁘게 지냈고 (한창 일할 나이라는 핑계이지만요), 순수하게 음악을 듣던 열정도 조금씩 사라지고, 어떤 생활의 부차적인 것이 되었던 것 같아요.  기분전환이라든가, 일에 집중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 그런 거 말이에요.  그리고 최근의 일들로 피로해졌던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당신 말대로, 정말 TV 를 (인터넷을) 부숴버렸어야 해요.

그리고, 소격동을 들었고 크리스말로윈을 들었어요.  물론 너무 좋았죠.  소격동은 졸빡 (이 단어 맘에 들어요 ^^) 출장중에 듣게 되었지만, 모든 틈나는 시간들에 소격동을 들었어요.  아, 그리고 당신이 나온 TV 프로그램도 봤어요.  그 날 와인 한 병을 다 마셨고 (저는 그렇게 술이 세지 않아요), 새벽 4시에 잠들었어요.  당신의 목소리를 기억해냈고, 당신을 기억해냈고, 그리고 제 순수한 열정을 기억해냈어요.  당신에 대한 인터넷의 악플들이 제 청춘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져서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답니다.  정말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당신은 다 내려놓고 함께 행복하게 잘 살자고 하셨죠.  당신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도 너그럽게 그러려고요.

오늘, 당신의 새로운 노래들을 전부 듣고 나니 (콘서트 못갔어요.  현장판매를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가려면 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제 마음이 이렇게까지 풀어지지 못했답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음반은 이미 주문했어요. ^^) , 당신의 슬픔이 느껴져서, 그리고, 그 슬픔의 어떤 부분은 저 같은 갈대같은 마음을 가진 팬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너무 슬프고, 그리고, 다시 너무 눈물이 나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정말 오랜만에 (그 때 어릴 때 라디오에 편지를 보내고 난 후 두 번째로) 당신에게 편지를 써요.  잊고 있어서 정말 너무 미안하고, 여전히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을 잠시 잊고 있었지만, 당신만큼 다른 누구를 사랑한 적도 없어요.  당신은 나의 영원한 그리고 유일한 슈퍼스타, 나의 영웅.

댓글목록

연못속연꽃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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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큼 다른 누구를 사랑한 적도 없어요.  당신은 나의 영원한 그리고 유일한 슈퍼스타, 나의 영웅.
ㅠㅠㅠㅠ

이너비리스너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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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공감.. 바쁘게 살아왔는데.. 해투를 보고 아 저 조용조용 차분한 말투를 내가 좋아했었지.. 저 웃을때 세모가 되는 입모양을 좋아했었지..저 한단어 한단어 신중히 말하는 걸 좋아했었지..

세경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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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마지막 말이 너무 아파요.. 당신을 잊고 있엇지만 당신만큼 다른 누구를 사랑한적도 없다는말..  이제라도 와줘서 고마워요^^

페라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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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를 울리시나요 ㅠㅠ 저랑 비슷하신 나이인것같아 감정이입되었네요. 서태지팬으로 23년을 살아오는것도 잊은것만큼 쉬운일이 아니었어요. 참 고단했고 힘들었고 지금도 그러네요..그래도 우리가 좋아했던 그리고 지금도 곁에 있는 태지오빠의 음악이 우리를 찾아왔어요. 이제 떠나지말아주세요.^^

오마이가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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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도 적어주셨네요 같은마음..그저 미안하고 이제돌아와서 미안합니다

우리애기태지여보자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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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 읽은 글 중에 최고에요. 님. 우리.다시.뭉쳐요!!! 졸빡하게!!!

칼페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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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쭉 읽다가..계속 울컥울컥했는데..이 글 읽고 펑펑 울었습니다..
왜 하필 이럴때 노래도 90's icon 이 나오는지..ㅠ 마지막 말..격하게 공감합니다..잊고 살았지만 당신만큼 다른 누구를 사랑한 적 없다는 말..나의 유일했고 앞으로도 유일할 처음이자 마지막 슈퍼스타.

리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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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제 마음을 이야기해준거같아 보는내내 눈물이나네요
정말.. 내 10대의 열정.. 저도 저렇게 많이 좋아해본사람은 처음이였는데.. 시간의 흐름에 저절로 잊혀지더라고요.. 저도 다시 그때 그감정이 정말 막 샘솟아 행복합니다 ^^

☆태지soul★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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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당신만큼 누군가 사랑한 적 없습니다. 연예인이고 팬이고 다 떠나서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입니다...

선인장꽃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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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의 나이였던 어린 시절 내 심장을 처음 두근거리에 한 사람이자 여전히 첫사랑인 태지 오빠.
태어나서 처음 좋아했고, 처음으로 미워도 해 봤고 뒤 늦은 후회를 하고서야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시련을 통해 깨달았어요.
속 좁은 사람이라서 미안하고, 힘들어 하던 그 때에도 아무런 위로도 하지 않고 보냈던 것도 모두 다 미안합니다.
나 이제 정말로 어디 가지 않을 거에요.
가라고 말 해도 이제는 못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