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컴백 ‘크리스말로윈’공연 다녀온 후기를 쓰긴 써야겠구나 생각하면서도 쉽게 쓸 수가 없었어요.
뭐랄까? 아주 많은 감정들이 스쳐지나가서 일까요?
두 서너 달 만에 지방에서 서울 가는 대도 촌스럽게 긴장한 탓인지 멀미도 좀 했네요. ㅋㅋ
싱싱하던 저의 20대도 저물고 어느덧 30대도 저물고 있음을 알겠더라구요.ㅋㅋㅋ

이번 공연이 저에겐 팬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가는 공연이었는데요
(컴백 때면 언제나 여러 사정이 있어 못 갈 수밖에 없었죠.)
그러하기에 설렘도 컸고 기대감, 그리움 등 부푼 마음이 한가득 했었던 것 같아요.

공연의 서막이 열리고 긴장감과 비장함으로 가득한 채 무대 위에 오른 뮤지션 서태지의 모습.
다른 사람 앞도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팬들 앞의 무대임에도 참 많이 긴장한 모습이 역력히 보였어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ㅠㅠㅠ(아시죠? 현장에 있었던 분들은?)

밴드 멤버 소개도 하지 않고 이런 저런 팬들과의 이렇다 할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저 ‘졸빡’무대를 보여주셨어요. (저도 B구역 스탠딩에서 ‘졸빡’한 공연을 봐야했어요.ㅋㅋ)
쉬지 않고 계속되는 무대로 밴드들의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왜 이다지도 빡빡한 무대를
만들려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었고
아직 팬들과 마주하며 이야기하기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시작되어야 할 시간에 진행되지 않았던 점과 150분이라는 시간을 채우지 않았던 부분이
아쉽긴 했지만 컴백무대를 위해 수고한 밴드와 오빠에게 고생 많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이번 공연 실망스럽다는 분들도 많을 텐데
전 팬들에게도 실망을 했어요.
익히 서태지 팬들의 질서는 다른 팬들에게 모범이 될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어제 공연장 안과 밖에서의 쓰레기는 정말이지..
너무 심했어요.
신생들도 많고 해서 아직  공연 후 뒷정리 대한 공지가 부족했거나 인식이 부족했다고 봐지지만

상식적인 공연 문화에 대한 문화의식 자체가 부족하지 않아 싶었어요.
함께 쓰레기를 줍고 정리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어요.
그리고 공연을 마치고 나와 공연장 밖에 놓인 쓰레기들은....

내가 아는 팬들은 이렇지 않았는데... 하는 아쉬움과 실망감이 많았어요.

이번 공연은 보컬이 어떻다, 시간이 어떻다, 사운드가 어떻다고 하기에 앞서
우리들의 모습도 한번 들여다보는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우리들의 무질서한 모습을 본 오빠도 지금까지와 다르게 우리에게 실망하지 않겠어요?

오빠는 ‘세상속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섞이고 싶은데
아직은 마음이 많이 힘든 것 같아 보여요.
그냥 서서히 본인 마음 가는대로 그렇게 물 흐르듯 사람들 속으로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전 아직 9집을 듣지 않아 몸으로 느낄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많은 마니아 분들이 느끼는 마음. 그 마음이 곧 저의 마음일 것 같네요.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그동안의 시간동안 남들에게 말하지 못한 채 혼자서 참 많이 아팠나 봅니다
우리는 그를 멘탈의 갑중의 갑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글쎄요? 혼자 감내해야 하는 대중들의 시선에 정신적으로 많이 고통스러웠을 거예요.
(우리가 느낄 수없는 그런 시선에 대한 여러 감정들)

이젠 우리가 든든히 지켜줄 일만 남은 것 같아요.
각자 가정을 이루고, 일을 하다 보니 20대와 같은 열정은 아니지만
30.40대만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열정(‘의리’)으로 그를 지킬 거라 믿어요.

지금까지 든든하게 지켜온 우리 마니아들~
고마워요.

"사랑한다 매냐들"

반말해서 미안해요. 그렇지만 반말 하고 싶어요. ㅎㅎ

그리고 태지 오빠~
‘우리 언제나 여기 있을 게요’
우리 믿죠?

"사랑합니다."

공연 준비로 고생하신 모든 스텝분들과 행사 준비로 고생하신 분들,
말개그로 감동먹게 해주신 김씰땅님(?)ㅋㅋ
그리고 컴퍼니 직원 여러분 고생 많았어요.

이제부터 9집 시작입니다.

발굽들 다 가셨죠?
달리자구요~~~ㅋㅋㅋ

다소 긴 이야기 읽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