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바라본 서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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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면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이 드는 친구가 있습니다. 깊은 곳을 바라볼 줄 아는 친구입니다.
그 친구와 함께 이번 컴백공연을 가게 되었습니다.
공연 전에 제가 친구에게 서형에 대한 여러 자료(예: 2008 조선일보 인터뷰)를 주었는데 ㅎㅎ
친구가 그걸 보기 시작하더니 추가적으로 여러 영상, 리뷰 등 자료를 찾아보더랍니다.
그리고 어제 오늘 서형에 관한 본인이 느낀 점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소격동 감상평도 같이요.
'연예인'보다도 '인간' 서태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제가 간과하고 있던 서형의 멋진 측면을 다시 발견하게 해주었습니다.
저도 배운 점이 많았고, 이 느낌을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아, 친구가 해준 말을 글로 적어 함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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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격동
처치스는 예전부터 즐겨 듣긴 했었다. 하지만 처치스와 소격동은 사운드는 비슷할지 몰라도 감성이 전혀 다르다.
처치스의 노래는 '어 좋네' 하고 지나칠 곡이다. 감성이 깊지 않다.
하지만 소격동은 사랑할 때의 감정이 뿜어져 나오고, 그 감정이 꽉 차 있는 노래다. 커다란 심장이 두근두근 터질 것 같은 느낌이다.
소격동에는 향수도 묻어 나오는데, 그것은 80년대의 향수도 있지만 서태지라는 사람에 대한 향수도 있다. 서태지와 함께해온 지난 시간과 시대가 떠오른다. 오히려 이 곡을 들으니 서태지가 더 그리워졌다.
그리고 아이유와 이런 참신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진짜 콜라보이다. 정기고를 불러다가 소유와 같이 '썸'을 부르는 그런 것이 콜라보가 아니다 ㅋㅋ 서태지 버전이 너무 기대된다.
2. 2000년 컴백 기자회견 영상을 보고
기자회견장에 기자들 앞에 혼자 앉아 있는 서태지는 마치 수많은 전경 앞에 홀로 맞서는 시위대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이 사람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워낙 커서 그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전혀 꿀려 보이지 않는다.
3. 2000년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고
"음악을 보여주는 것에 신경을 쓰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의 본질이 없어지진 않는다." 라고 말하는 멘트를 보았다.
이 사람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크리스토퍼 감독처럼, 이른바 '천천재'이다.
천천재란 천재를 뛰어넘는 천재다.
천재적인 능력에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대중에 맞게 포장할 줄 아는 사람.
4. 행동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람
수많은 정치인은 수많은 많은 말을 하고 대중을 변화시키려 하는데 그걸 보면 우리가 바뀌지는 않는다.
반면 서태지는 항상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노래와 노래에 담긴 메시지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사람이 향기가 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은 전혀 강요하지 않는다.
이걸 보는 사람은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책임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의 행동은 마음을 울리고 대중은 변화하게 된다.
자기 자신의 울림을 보여주고, 사람들을 각성해서 저절로 일어나게 한다. 부드럽고 자발적인 방식이다.
변화를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변화에 빠져서 자신의 이미지화를 하려는 욕심을 갖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실이데아 부른 다음에 대한민국 교육 혁명을 주장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5. 착함
착한 척 안하는데 겁나 착하다.
세상 사람들은 무식해서 착한 척을 노골적으로 해야 착한 줄 안다.
대놓고 기부하는 척을 하고 예능에 나와 눈물을 흘리고 누구를 생각하는 척 해야 착한 줄 안다.
이 사람은 그렇게 안하지만, 사람 자체가 본질적으로 너무나도 선하다.
6. 소통
소통 안한다고 하는데 누구보다도 팬들과 진심으로 소통을 한다. 요즘 시도 때도 없이 트위터에 올리는 것이 소통인 줄 아는데, 그것은 소통처럼 보이지만 진짜 소통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팬들을 진심으로 생각한다.
7. 떡밥의 재미
신규앨범 떡밥을 차례로 공개하면서 팬들에게 애를 타게 하게 하는데, 이게 상업적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서형은 이게 재밌어서 하는 것이고 실제로 팬들도 이걸 재밌어 한다.
자신은 아이유 버전 티저 공개부터 곡 공개까지 떡밥 과정이 너무 재밌었고, 서태지 버전 소격동도, 앨범 전체 컨셉도 어떨지 상상도 되지 않는데 그게 너무나도 재밌다.
진짜 상업적인 것은 연예인들이 '마녀사냥' '안녕하세요' 이런 예능에 나가서 영혼없이 앉아있다가 ‘새 앨범 나왓어요’ 라고 한마디 하는 것.
8. 중용
사람 자체가 멋있다. 타협과 고집의 균형을 정말 잘 맞춘다. 해피투게더처럼 방송에 나가는 것도 일종의 타협이지만, 그렇다고 본질을 흐리진 않는다. 소격동에 아이유 보컬을 쓴 것도 중용을 잘 맞춘 것.
반면 고집 부리는 것은 진짜 고집을 부린다. 유해보이지만 과격해야 할 부분은 강력하다. 표현이 쎄다. 예를 들어 교실이데아 가사. 하지만 아침 드라마에서 나올 노골적인 과격함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것. 쎄야 할 때 쎄다.
9. 대안
사람 자체가 얼터너티브. 대안의 삶을 산다.
10. 생존
이 사람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았다'. 자본주의 세상의 논리에 이끌려가지 않는다.
11. 음악
작곡할 때 머리로 하기보다도 가슴으로 하는 듯. 가슴으로 멋있는 음악을 만들려고 함.
'그렇게 하면 후지니까 이렇게 하면 멋있겠네' 하고 음을 쓰는 듯.
12. 순수
말과 행동에 괴리가 없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거의 일치한다.
포장을 하지 않는 사람. 남에게 잘보이려고 안 한다. 개그도 웃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은 개그를 한다.
사람 자체가 재밌게 노는 사람이다. 옛날 시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그 점은 변화가 없다. 콘서트를 해도 놀려고 한다.
13. 닷컴
닷컴이 2000년대 초반 홈페이지 같다 ㅎㅎ 촌스럽다. (마스터님 죄송 ㅠ)
아마 서태지가 이 부분은 우선순위를 높게 잡은 것 같지 않고, 이 정도에 만족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쉽긴 하다.
홈페이지는 조금만 신경쓰면 세련되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뭔가 하면 제대로 하는 사람이니..바꾸면 잘 바꿀 것 같다.
14. 인터뷰
그리고 다음은 친구가 감명깊게 보았다고 한 인터뷰입니다.
1 2012 강헌 글 : 천재 음악가 서태지, 그는 왜 언론에 미운털이 박혔나
1편
http //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254
2편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293
2)1994 서태지 & 강헌 대담
http://cutetaiji.tistory.com/149
이걸 보고 '이렇게 뮤지션과 평론가가 깊이있게 인터뷰를 한 사례가 없던 것 같다.' 라고.
15. 가사
오렌지, 울트라 매니아, 교실이데아, 시대유감, 모아이 등.
본인이 느낀 것을 솔직히 노래에 담았는데, 그 느낌이 진심이다보니 철학적으로 깊이가 무척이나 깊다.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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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스압이 좀 심했죠?
재밌게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저도 서형에게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ㅎㅎ
흔들리기 쉬운 10대 시절,
자유와 도전, 창조의 정신을 올곧게 가지고 그것을 몸소 보여주어서 고맙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저도 바른 정신을 갖고 잘 클 수 있었던 것 같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남들이 옳다고 해서 무조건 옳다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나만의 가치관과 생각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전투 기타리고 있습니다..ㅎㅎ
아마 매일 12시간씩 공연준비하고 계시겠지만, 감금 화이팅이요! ㅋㅋ
댓글목록
우주정복~★님의 댓글

멋진친구분 ㅡㅡb
서블리앤버블리님의 댓글

네 아주 잘보고 갑니다. 애정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설용님의 댓글

와 말씀을 너무 잘하신다
지나씨님의 댓글

와웅 이런 대화가 가능한 친구 완젼 부러워요.ㅠㅠ 내 친구들아 뭐하닝
티즈토이님의 댓글

제가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이 4번인데. 친구분이 잘 알고 계신 듯하네요.
뿌듯해 지는 기분입니다.
좋은 친구와 오래오해 함께 하세요.
ozmina님의 댓글

아니 이렇게 인긴에 대한 파악이 정확하고 깊으시다니.. 훌륭한 친구분을 두셨습니다. 맞아요. 서태지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퐁당님의 댓글

좋은 글 잘 읽었어요~~; ㅡ; 정말 공감합니다! 공연이 더 기다려지네요..
배고픈암사자님의 댓글

다 읽었어요 !!!
설렘님의 댓글

친구 대박이네요. 매냐도 아닌데 어쩜 함께해온 세월동안 지켜봐온 태지를 이리도 잘 짚어내시는지~~ 굿입니다.^^
T와나님의 댓글

잘읽었습니다 제가느끼는마음을그대로 옮겨놓은듯 글로이렇게옮긴 님도멋지심
영원01♪님의 댓글

와 멋진 친구세요~그리고 정말 공감합니다~~~
이지버디님의 댓글

저런 친구분을 두신 서형일 뷉도 굉장히 멋진 분 이실듯 ^^
대구곰순이님의 댓글

눈물이 나네요 ㅠㅠ 집에 가서 다시한번 정독을 해야 겠어요 ㅠㅠ
카스티엘님의 댓글

깊이있는 친구분이시네요~~^^*
멋진우정 계속 이어가시길!!!
T_self 님의 댓글

교감이 깊은 친구와 함께 하는 커다란 축복을 받으신 분이군요~^^
부럽습니다~^^
별빛영혼님의 댓글

마스터님 디스 ㅋ 끝까지 잘 읽었구 저는4번이 많이 공감가네요~교감하고 나침반같은 친구가 있다는건 소중한거같아요.우정도 감명깊네요^^
with T.즐건상상님의 댓글

이렇게 친구와 함께... 오빠 애기를 할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참 부럽다는... 멋진 우정 계속 이어 나가시길..^^
울보세은님의 댓글

진짜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계속 혼자 질문을 했었거든요~ 내가 왜 대장을 좋아하더라~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런데 친구분의 말을 듣고 내가 왜 좋아하는지 모호하게 알 것 같았던 이유들이 명확해지네요~ 참 멋진 친구분을 두셨습니다~ 왠지 이런 친구분이 있으니 서형일님도 멋진 분이실 것 같습니다~^^
영원펜님의 댓글

나도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멋집니다^^
서형일님의 댓글

친구가 리플보고 엄청 좋아하고 있어요. 닷컴 커뮤니티는 진정한 인터넷 커뮤니티 같다며. 멍청이들도 없고 ㅋㅋ
자기가 살면서 두번째로 본 진정한 커뮤니티라네요.
maniya님의 댓글

서형일님 감사합니다~ 친구분도 감사합니다.~ 이런분들 덕분에 저또한 힘도 나고 형님 팬인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헤세르님의 댓글

멋진 친구분이시내요^^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