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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격동'을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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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낙엽지는새 회원 정보 보기 작성일 14-10-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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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 년간 음악을 들으면서 '아, 이 음악 좋네.'라고 느끼긴 했지만,
어떤 음악을 들으면서 가슴 뛰게 설레이며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실 서태지를 너무 좋아하는 팬으로서 서태지의 신곡이 아니면 이런 설레임은 느낄 수 없다.
서태지 만큼 좋아하는 가수가 아직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설레임을 느낄 수 있는 건 몇 년의 한 번 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음반은 8집까지의 음반들에 비해서 기다림의 지루함이 덜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기대감이 떨어졌다고 할 정도였다.
그 이유로는 너무 길어진 공백기간도(사실 그 사이 여러 블루레이로 설레이긴 했지만) 한 몫을 했다.
사실, 새음반의 기다림에 대해서 반포기 상태였다.

처음 아이유와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기사를 읽고는 걱정반, 기대반이었다.
서태지 음악에 아이유 보컬이 잘 녹아들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섰다.
어제밤 '소격동'을 처음 들을 때는 아이유 목소리가 음에 잘 녹아들지 못한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런 생각은 딱 12시 20분까지 20분간만 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서태지 음반은 리플레이가 필수! '소격동' 무한반복했다.
플레이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면서 처음의 생각과 달리 아이유 보컬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보컬이 음에 잘 어울려 흘러나왔다.
이번 곡이 놀랐던 점이, 서태지 음악은 서태지의 목소리 이외에는 어울릴 수 없다는 지금까지의 편견을 싹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음악을 들을 때면 그 곡의 분위기에 따라서 색이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번곡은 특별한 이미지보다는
'후지필름으로 찍은 사진들'의 느낌(아마도 후지의 깨끗하고 맑은 느낌이 이번 곡에서 느껴진듯. 사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알겠네요)이 팍 떠올랐다.
각종 게시판에 이번 곡이 어쩌니, 저쩌니 말들이 많지만, 이번곡 역시도 말이 필요없다. 그냥 좋다.

새음반 발표가 너무 오래걸려서 무뎌졌던 빠심이 어제 신곡발표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다.
아직 10일이 되려면 9일이 남았는데, 어제까지 기다린 5년보다 앞으로 기다릴 9일이 더 힘들 것 같다.
오랜만의 설레임을 안고 음악을 듣고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

그런데 누군가 말했던 '소격동' 가사를 거꾸로 읽어보니, 가사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서태지 버젼은 거꾸로 나열한 가사로 되어도 멋질 것 같다.
이렇게 나오면 더 재미있을 것도 같고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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