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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격동.... 감상평. 그리고 제 멋대로 해석입니다. 역시 우리 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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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노랑T 회원 정보 보기 작성일 14-10-0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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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태지다. 그의 한마디를(그의 음악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사실 크리스말로윈 공연 소식이 먼저 떴을땐 참으로 의아했다. 이렇게 수상한 시절에 저렇게 가벼운 타이틀을 내걸다니. 무슨 의미일까. 뭘 숨긴걸까. 태지보이스시절부터 퍼즐맞추기를 즐기게 했던 그였던 터라 그냥 쉽게 넘겨지진 않았다. 

오늘 소격동을 30번쯤 듣고 나서야 모든 게 (내 멋대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태지의 3집은 내 인생을 바꿔놓은... 그 무언가였다. 3집에 담긴 모든 곡이. 태지가 적었던 모든 가사가. 나를 뭔가 생산해내는 기계가 아니라 생각하고 느끼고 갈등하고 표현하는 사람으로 살게 했다. 

 

사회의 부조리. 부도덕. 부패에 갈등하고 그 갈등을 표현한 것이 태지다. 3집 뿐이 아니라, 태지를 태지답게 만들었던 건 태지를 단순히 가수나 음악인이 아닌 우리들의 문화대통령이 되게 했던 건 그런 것이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는 정말 태지의 한마디를 기다렸다. 

김장훈씨 이승환씨가 나서서 무언가를 얘기하고 노래할때마다 더 갈증이 났다. 

내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그 무언가를 좀 태지가 풀어주길 바랬다. 

 

이제 소격동을 무한반복 하다가 울상이 되버린 내 맘대로의 해석, 내 멋대로의 감상이다. 혹 비약이 있더라도 양해바란다. 

 

크리스마스가 할로윈이 되어버린. 

Quiet night. 

설레임으로 축제를 떠났던, 돌아오지 못한 여행을 떠난 아이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어야 했던 그 무언가가 표현할 수 없는 비극으로 돌아왔다. 

 

소격동. 군사독재시절을 상징하는 소격동 사건. 

그 소격동(군사정권)은 지금도 그대로다.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아이들은 수학여행을 출발하는 날 단 하루밖에... 누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는 가사였다. 

 

처음에 귀에 거슬렸던... 우억우억 울릴듯 말듯 끊어지는 반주에 물속에 잠긴듯한 기분이 들어.... 같이 물에 잠긴 사람이 살려달라 소리를 지르면 꼭 이런 소리가 날 것 같아 섬뜩했다. 

 

정말 비약이지만. 손을 꼭 잡고 세상을 떠났다던 그 두 아이의 이야기는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태지가 한두가지 의미만 담았을리 만무하지만) 이 노래는 계속해서 나를 세월호 안으로, 또 팽목항으로, 그들이 살던 집으로, 옮겨가게 했다. 

 

그렇기에 맑고 곱고 행복한 목소리에 비극적이고 기괴한 반주가 어울린다. 

그렇기에 크리스말로윈이란 공연명이 어울린다. 

지구반대편에 살고 있어 그 공연에 가보지 못하는 게 영 한이다...

Quiet night. 그 잠잠했던 바다의 밤이 기억나는 제목. 그 곡에 담긴 태지의 한마디가 궁금하다. 

 

역시 태지다....

 

 

 

난 세세하게 구절구절 내 생각으로 곡을 분해하기보다는... 내가 이 곡을 들으며 느낀 태지의 한마디를 같이 공유하고 싶었다. 그대들에게도 들리는지... 내가 멋대로 태지를 재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언제라도 그가 대중이 좋아할만한 음악을 하겠다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걸 기뻐해 주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그가 이런 그임에 안도감이 행복함이 가슴을 적셔온다. 

아직도 그의 외침은 끝나지 않았구나. 

편히 살수도 있을텐데...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언론이 뭐라 까도 묵묵히 그 길을 걷는 태지여서 아프면서 고맙다. 

 

대장. 기다림에 응답해줘서 고마워. 

어제보다 오늘 더. 기대해. 당신의 새 곡들을. 

댓글목록

별빛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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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눈물나게 하시네요.......정말 아이들을 그렸을지 모르겠지만...노랑T님의 해석이 너무 맞아 떨어져서 아픔니다..그렇지만 만약 이 해석이 맞다면 유가족분들께 많은 위로가 될것 같아요..

노랑T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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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적은 것 말고도 너무 많이 떠오르는데... 태지는 정말 천재. 천재란 말로 다 안되네여 ㅠㅠ

함께할태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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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사 보고 세월호가 생각나긴 했는데
곡 작업이 그보다 훨씬 전에 진행된 것 같아서 아닌걸로 ㅎㅎ
그래도 그와 비슷한 보편적인 아픔들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노랑T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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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럴수도 있겠네요... 세월호만 의미하는 건 아니겠지요.
단순히 현 정권에 대란 비판이 아니라... 부패한 권력 전체. 그리고 그에 희생되는 소시민. 소소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 더 넓게 보는 게 좋겠네요.... 한 곡으로 그는 얼마나 많은 얘길 던져주는지.....

스토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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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T님의 말씀이 대장의 의도이든 아니든 그건 한 뮤지션의 음악이  님께 미친 영향입니다. 고로 님이 그렇게 듣고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이해하셨다면 그게 정답입니다. 저도 무한 반복 듣고 있는데 님의 해석을 듣고나니 자꾸 세월호 이야기처럼 들리네요^^ 길거리에서 노란 리본을 볼때마다 대장이 보면 우리의 노란색 종이 비행기를 떠올리겠구나 그래서 세월호에 대한 곡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번 소격동이라는 음악 제 취향은 아닐지라도 너무 좋고 설레는 밤입니다~~~

아 님의 해석 멋졌어요!!

노랑T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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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미님 너무 감사합니다. 왠지 격려도 되네요. 또 태지의 팬덤이라는 게 이렇게 깊이가 있다는 것도 너무 기뻐요. 태지가 내게 미친 영향,,, 감사합니다. :)

영원01♪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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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오빠는 항상 음악으로 세상에 메시지를 던지셨는데, 음악인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음악인은 음악으로 보여주는게 당연한건데..
 왜 소통을 안하냐고 .. 직접 행동이 보이지 않는다며 침묵하고 있다며.. 신비주의라며......
 그런것들이 답답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계속 오빠 생각대로 꾸준히 음악을 해오고 계셔서 정말 감사해요
 (분명 뭔가 오빠를 힘들게 하는 뭔가가, 드러나지 않은 것.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난 몇년간 일들을 지켜봐오니 더욱 그런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음악으로 알게된 일들이 아주 많거든요,,
 
이번 세월호 사건과 소격동이 일치되는 부분도 있는걸 보면서..
 코마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숭례문 화재 사건. 그사건은 분명 음악 만들어진 그 뒤 일어났지만
 코마하고 잘 맞는것 같아서요
 그리고 오빠가 하신 -잊지 말자고 하셨던 말씀..
 
결국 중요한 핵심을 관통하고 있는것 같았어요. 사건은 다를테지만요,
 
소격동을 듣고 찔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 무슨 짓을 하려고 할것 같은건 기분탓일까요..
 지켜보면 알겠죠ㅎ
 
정부에서 하는 일들에 귀추가 주목되는건 이것도 기분탓이겠죠.
 음악가가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꼴보기 싫다며
뭔가를 한다면 그걸 스스로 증명하는 꼴일테니까요.
 본인들이 불편해 하는것이 뭔지 스스로 알려주는 것이 될테니까요.

노랑T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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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01님... 진짜 태지한테 하는 말 중에 신비주의... 진짜 뚜껑열려요. 쌍욕 나와요. 아오 무슨 신비주의 마케팅...
언론과 권력에 아부하지 않을 뿐. 본인이 하고 싶은대로 하는 건데, 무슨 신비주의를 버리고 대중과 소통... 진짜 개...
아오... 태지는 늘 이렇게 소통하고 있는데... 물론 그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들 분명히 있었을 거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 있을 텐데. 말할 수 없는 거 말하고 싶지 않은 걸 말 안하는 게 무슨 신비주의라고;;;;;
제 멋대로 안 되니까 진짜 되는대로 같다 붙여서 사람들 오해하게 하니....... 정말 화가 나요.....

어쨌든 태지야 고개 숙이지 않을 거고.... 침묵하지 않을 거고...
그럼 우리도 같이 갈 거니까...
또 어떤 역사가 남게 될지.. 아픈 마음에 기대도 살짝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