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입장을 보고 드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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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네요.. 본인들의 전 애인이 만약 사실과 다르거나 한 쪽의 입장만을 반영한 둘 만의 이야기를 공중파 방송에서 공개하면 그냥 넘어가려나 보죠? 더군다나 서태지는 공인입니다. 공인은 이미지로 먹고 살고요. K군 A양처럼 사실관계가 입증되기 전까지 신분을 보호 받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대중의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사적인 이야기를 다룰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겁니다. <힐링캠프>에서 어느 누가 서태지의 입장에서 이야기해 보려고 하던가요? 철저하게 이지아의 입장만을 다뤘을 뿐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자기야>도 부부 사생활을 이런 식으로는 안 다뤄요.
서태지를 특별히 옹호하려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제가 오래도록 존경해 온 가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책임을 물어야 할 때도 따끔한 질책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지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이 사안이 지극히 사적인 사안이라는 겁니다. 도대체 둘의 관계를 긴밀히 들여다보지 않은 제삼자가 둘의 관계가 이랬다 누가 더 잘했다 못했다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따질 수 있는가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fact를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그래서 위험하고 대부분 추악한 망상으로 덧씌워지기 마련입니다.
이번 <힐링캠프>가 유독 불편하게 다가오는 건 바로 이점 때문입니다. 이지아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보다는 서태지와의 관계 속에서의 이지아에 더 집중하면서도 관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서태지의 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이지아의 일방적 진술과 이에 호응하는 MC들의 감상적인 반응, 그리고 피디의 잘 포장된 편집이 방송의 전부였습니다. 이건 방송의 공정성과도 너무 거리가 먼 처사입니다.
물론 힐링캠프는 예능이지 다큐가 아닙니다. 서태지와 이지아의 관계에 대한 진실을 일일이 규명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그 만큼 본인들이 다룰 수 있는 범위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접근법도 [말로만 조심스럽다고 할 게 아니라] 더 조심스러웠어야 하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다큐에서 다룰 법한 수준의 내용을 예능처럼 다루면서 '보도의 객관성'의 책임은 회피해 버렸습니다. 그 결과, 남은 건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비난과 소모적인 진실공방 뿐이지요.
서태지의 공식입장을 보면서 참 씁쓸했습니다. 아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사적인 생활의 일부를 공식입장으로까지 밝혀야 하는 이 상황이, 입장을 표명하는 사람에게도, 그걸 바라보는 팬들에게도 답답하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일 듯 싶네요..
이래저래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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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보내는 T님의 댓글

혼자일때는 침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서태지는 혼자가 아닙니다. 지켜야할 가족이 있습니다. 그리고 태어날 아이가 있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 그것은 자식에게 자랑스런 부모가 되지 못하더라도 자신때문에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니다. 무거운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서태지가 더할 것입니다. 일희일비하는 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22년간 그를 알아왔기에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셨음 합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