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음악인 서태지의 팬으로 긴 시간 서태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인권에 대한 감수성과 부조리한 사회구조, 각종 편견에 맞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외치는 서태지의 음악 때문입니다.
사회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고개 들 무렵부터 지금의 제가 있기 까지 저를 만든 바탕은 서태지의 음악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서태지가 자유와 권리를 찾기 위해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모습이었습니다. 서태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저에겐 서태지 매니아로서 가장 큰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많이 조심스럽고, 문장을 시작하기 까지 고민을 거듭했지만 모두가 꼭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아침 저는 방탄소년단과의 협업 기사를 접하고 복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결정된 사항이며, 전적으로 서태지의 음악 활동을 지지하고 존중하는 매니아로써 협업 철회나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은 많은 부분을 고려하여 결정하셨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방탄소년단은 창작물, 소셜미디어에서의 각종 혐오 표현 및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러 번 비판 받아 온 그룹입니다.
(아래는 논란이 된 표현 중 일부 입니다.)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갑질/so 존나게 잘해 갑질/아 근데 생각해보니 갑이었던 적 없네/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농담’)]
[명품백을 쥐기 보단 내 손을 잡아주는 (‘Miss Right’)]
[‘여자는 최고의 선물이야’(‘호르몬전쟁)]
[(….)여자는 겨울에도 춥게, 여름에도 춥게 입어야 해요 알았죠? 그래야 남자들이 좋아해요 (공식SNS글 中)]

이전에 합동 무대 및 협업을 진행한 아티스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014 MAMA에서 합동 무대를 했던 블락비 멤버 지코 역시 본인이 작사한 가사 내의 각종 혐오 표현으로 꾸준히 비판받고 있습니다.
[You’re such a faggot(동성애혐오를 나타내는 단어) bitch (‘Tough Cookie’)]
[Jesus 무슨 말이 필요해 모두 널 작품이라고 불러, 보통 여잔 명함도 못 내밀고 끼리끼리 뭉쳐 네 험담을 나누겠지 (‘Her’)]

 Quite Night에서 교실이데아를 함께 한 랩퍼 스윙스는 가사 속 고인 모독 등 이미 예전부터 숱한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응답하라 1994’ OST인 너에게를 리메이크 해 불렀던 성시경도 방송에서의 부적절한 발언(출산의 고통에 대해 ‘여자들끼리 짜고 아프다고 하는 것 아니냐’ 등)으로 이전부터 비판받아 온 사람입니다.

부조리한 사회에 한결 같은 모습으로 자유와 권리를 외치며 많은 것을 변화시킨 문화 대통령 서태지와, 그의 행보를 지지하고 학습하며 그의 시선으로 사회를 보게 된 수 천 수 만의 또다른 서태지가 있습니다. 함께 걸어온 25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는 모두에게 큰 의미입니다. 또한 서태지의 음악을 오래도록 추억하고 간직할 사람들은 결국 서태지 매니아들입니다. 순탄치 않은 길을 오랫동안 함께 걸으며 지금의 우리를 만든 음악이 그 의미를 잃지 않도록 지켜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