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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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베르가 음성 지원을 한다고 생각하고 읽어 주세요
제가 전해드리는 이 기록은 지난 3개월 간의 인터넷 전쟁에 대한 기록입니다.
저는 서태지 씨 음악으로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카뮈 원작과 서태지 음악이란 일반 관객들이 생각하기에 너무나 의외의 조합이므로 자연히 일반 관객 입장에선 비판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당연히 이에 반발하는 버팔로 간에 피 튀기는 키보드 배틀이 있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제가 예상한 것과 다른 갈등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병균이 진화하듯이 인터넷 상의 갈등 양상도 다른 유형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기존의 싸움이 '작품이 구리냐 명작이냐'였다면, 지금의 싸움은 큰 틀에서는 같은 의견임에도 작품을 감상하는 포인트가 다소 다르다는 이유로 "너 **지?"라고 몰아가는 식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작품과는 무관하게 특정 네티즌을 마녀 사냥하는 파생 논쟁이 나오더군요. 그 사람이 쓴 글이 아닌 걸 그 사람이 쓴 글로 몰아가거나, 지나친 극찬이나 호평이 아닌 무난하고 평범한 내용의 글을 어떤 식으로든 트집 잡는 일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뮤지컬에 호기심이 있었던 일부 버팔로 중에서는 이런 소모적인 논쟁에 질려서 뮤지컬 페스트 이야기도 달가워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이해가 안 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안 그래도 평소에 별의별 어그로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출몰해 왔는데 페스트를 먹잇감 삼아 몰려드는 어그로가 생기니 저런 반응이 나타는 것이죠. 또한 버팔로들도 앨범별 호불호가 분명해서 뮤지컬식 창법이나 편곡이 취향이 아닌 경우도 있으므로 서태지 씨가 없는 공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별의별 이유를 대는 어그로들은 의외로 뮤지컬 미경험자의 관극 의욕을 저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애초에 갈등의 발단이 작품 비평이라기보단 의도적인 이간질, 껀수 만들기에서 비롯된 것이니, 열린 마음으로 비판을 받아들이기만 한다고 좋게 해결될 일이 아니었던 거죠.
병균이 진화하듯이 어그로 수법도 진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동지도 나타났습니다.
취향에 맞는 극이 아닐 수도 있음에도 창작 초연을 기꺼이 관람하고 팬들보다 더 정확히 문제점을 지적하여 작품 개선의 실마리를 제공한 뮤덕들입니다.
단순히 배우에 대한 팬심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관극을 계기로 타 팬덤에서 서태지 씨 음악의 메시지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니 어찌 보면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친구들을 얻은 셈입니다.
댓글목록
Take0512님의 댓글

ㅎㅎ; 재미있는 글이예요.
저도 이런 생각 하긴했는데... 굿! (반짝반짝)
새치마녀님의 댓글

진심은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법입니다. (Feat 랑베르)
슈크림님의 댓글

아아~ 석달 가까이 봤더니 음성재생 되는듯...ㅋㅋㅋㅋㅋ 연뮤쪽엔 많이 감사하고 있고 때론 날카로운 말들이 아프기도 했지만 함께 좋은 걸 만들어 나가자는, 쓰지만 좋은 약이 된 것 같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거...배우분들 스텝분들 모두 긴 시간 고생 많으셨고 감사합니다. 글 잘 봤습니다. ^-^
Dr.JSM.님의 댓글

저도 음성 지원이 되네요^^~ 다들 고생하셨죠
소쿨님의 댓글

변화하고 진화하는 뮤지컬에 감동받았고,
석달의 그 공연이 끝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으면서 굉장히 허전하고
내가 이렇게 뮤지컬에 올인하는 사람이었나 새롭고...
댓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다시 기둘립니다~~ 공연장에서 울려펴지는 코마..페스트
노르웨이숲님의 댓글

닷컴은 공연기간동안 조용하길래 다들 조용히 관람하시는가보다 했는데 닷컴밖에선 논쟁이 많았나보네요ㅠ 저는 편곡과 배우들, 앙상블의 노래 합으로도 심포니때 충족시키지 못했던 갈증을 풀은 느낌이라 굉장히 만족했거든요ㅎ 그래도 어떤분야에서든지 애정어린 관점으로 봐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페스트가 꾸준히 발전할수 있었던거 같아요~ㅎ 팬분들과 작품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 다들 고생 많으셨네요ㅎ
쓰담쓰담님의 댓글

음원지원 되네요. ㅎㅎ 내 감상, 감동, 쿠크 깨지않으려고 일부러 커뮤니티는 자제했는데 어그로가 끝까지 활약했나보군요;; 그것까지 지켜보며 함께 달려준 매니아님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