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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끄적여 봅니다('영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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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태지들 회원 정보 보기 작성일 16-01-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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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로 심란한 요즘, 무거운 질문은 내려두고 그냥 잠시 쉬어가기 위해 글 하나 남기려 발도장 찍었습니다. 딱히 특별한 주제도 아니고 담론을 요하는 진중한 사안도 아닙니다. 제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계속될 미래에도 즐겨 들을 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시 서태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곡입니다.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 3집에 수록되었던 '영원'에 대해 다루려 합니다. 

 먼저 '영원'은 제 인생 최고의 러브 송으로 꼽습니다. 앞으로 이 명제는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굳이 '영원'을 장르로 구분하면 '발라드'로 볼 수 있는데 대중가요에서 흔히 접하는 발라드 스탠다드와는 조금 다른 전개와 양상을 띱니다. 

 클라이막스에서 고음으로 치닫지도 않으며 절정의 순간이 무색하게 시종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가장 큰 차이는 화자의 시점입니다.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는 정서는 익숙하지만 망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라 망자가 곁을 지키지 못한 하늘 아래 애인에게 전하는 위로입니다. 

 다시 말해 실재하지 않는 '주체'의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간 겁니다. 이론적으로 따지면 '영원'은 절대 타자의 관점이 될 수 없는 노래입니다. 왜냐면 '죽음'이라는 개념이 관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원'은 어찌보면 참 '어려운' 곡입니다. 전혀 느낄 수 없는 아니 느끼기가 불가능한 마음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배경이 어려울 뿐 '영원'은 그 자체로 '영원'의 극치를 나타냅니다. 전혀 과장되지 않은 서태지의 음성, 극단이 필요 없는 음율, 닿을 수 없기에 '기억'에 모든 걸 내던진 애처로움이 정말 무덤가에서 생전에 쓰던 일기장을 꼭 쥐고 앉아 있는 연인을 따스히 안아볼 수 있길 바라는 연민으로 발현됩니다. 

 천상에서 자신을 추억하는 연인을 지켜보는 심정은 아예 헤아릴 수 없지만 '영원'은 그 경계를 어느 정도 극복했습니다. '영원'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댓글목록

한없이행복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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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 발매 후 영원을 듣다가 서로 헤어진 연인관계의 노래임을 느끼긴 했었죠. 근데 같이 듣던 누나가 주인공이 자신의 무덤가에서 옛 연인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말해주더군요. 요란하지 않은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슈크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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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진짜 멋진 글이네요. 전 그냥 '노래 너무 예쁘다~ 근데 슬퍼~~ㅠㅠ' 정도로만 여겼는데...(3집이면 중2^^;;) 잘 봤습니다. ^-^

하늘을좋아해님의 댓글

no_profile 하늘을좋아해 회원 정보 보기

영원은.. 심포니 때 들었던 오케스트라 연주를 잊을 수가 없네요.. 잘 봤습니다^^

우태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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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망자는 곧 서태지 자신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해체)를 예고한 곡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글쓴이께서는 망자의 시점이기에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셨지만
이러한 설정을 하게 되면 여느 노래들처럼 서태지 본인의 시점이 가능하게 됩니다.

죽음은 곧 은퇴를 의미하고
 일기장은 곧 서태지의 앨범들 혹은 노래들을 의미하죠.
이승에 남겨진 연인은 바로 우리들이겠고요.

결국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 혹은 해체된 이후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의 음악을 그리워하며 힘들어 할
 우리들을 향해 위로를 건네는 노래라고 생각하며 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