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 추억 둘.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대망(?)의 첫 글을 올리고 두 번째 시간입니다. 첫 편에선 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와 이로 말미암아 어떤 진풍경이 이뤄졌는지를 제 눈으로 확인한 바를 그대로 술회했습니다. 오랫동안 머릿 속에만 박혀 있던 생각에 실천의 고리를 채우니 어쨌든 시작이 되긴 했습니다. 이를 매니아 분들에게 소개하고 확인 받으니 더욱 실감이 나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같은 주제의 글을 계속 올려볼 요량입니다. 소소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연일 비가 내려 스산한 분위기가 걷히지 않았는데 오늘은 모처럼 날이 화창합니다. 왠지 두 번째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 노트북에 앞에 앉았습니다. 그럼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서태지와 아이들이 1집을 마무리하고 2집을 발표하기 전 사이 제 기억하고 있는 건 무엇인지 떠올려 보았습니다. 딱히 인상 깊은 것이 없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당시 초등학교 2, 3학년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이 최대 관심사일리 없습니다. 만화영화가 방영하기 직전 나오는 완구제품 광고나 학교를 파하고 친구들과 즐기는 숨바꼭질에 더 신경이 쏠리면 쏠렸지 서태지와 아이들의 근황에 궁금증이 일 정도로 연예인에 대한 흥미가 크진 않았습니다.
연예잡지를 사다 보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 시간을 확인하고,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서태지와 아이들 브로마이드를 장만하는 여중, 여고생 누나들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잠시 서태지와 아이들이 방송계를 떠났을 무렵 저도 잠시 서태지와 아이들을 잊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다시 TV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분명 여름이었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은 모두 긴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반바지를 착용한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의상말고도 바뀐 것은 많았습니다. 머리도 한층 짧아진 듯했고 춤도 더욱 격렬했습니다. 무엇보다 타이틀 곡 제목이 특이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여가'.
그땐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지만 괜히 멋스럽게 들렸습니다. 대한민국에 다시 한 번 소용돌이가 몰아쳤습니다. 저도 다시금 서태지와 아이들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난 알아요' 때보다 노랫말을 알아듣긴 더 어려웠지만 흥얼거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하여가'로 한창 활동하고 있을 무렵에 같은 반 한 여학생이 본인은 '하여가' 가사를 다 외웠다며 자랑을 하고 다녔습니다. 왠지 매우 부러웠습니다. 추석 명절 때로 기억하는데 큰집 사촌형에게 '하여가' 가사를 종이에 써달라고 졸랐습니다. 1, 2절 전부 다. 사촌형은 그냥 듣고 외우지 하며 귀찮은 반응을 살짝 보이긴 했지만 그 긴 가사를 정말 자필로 다 써주었습니다. 내 손에 완벽한 하여가 가사지가 있다니. 전부 암기했는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정말 많이 보고 읊조렸던 기억은 납니다.
마침 사촌형 이야기가 나와서 일화를 덧붙이면 전 서태지와 아이들 2집 정규앨범보다 '93 마지막축제' 음반을 먼저 접했습니다. 그걸 사촌형이 갖고 있었습니다. 사촌형은 친히 녹음용 카세트테이프에 복사를 해주었고 저에게 그걸 선물로 주었습니다. 테이프 앞면엔 짤막하게 제목을 기입할 수 있는 흰색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그 위에 '서태지와 아이들 93 마지막축체 **이가 **에게'라 씌어 있었습니다. 그 카세트테이프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여담으로 'Without you'를 부른 사람이 양현석이었다는 사실은 정말 뒤늦게서야 알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노래는 거의 서태지 전담으로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지금도 이 카세트테이프는 소장 중이며 정말 깊은 추억을 안겨준 사촌형에게는 아직도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하여가'는 무난히 순항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1집 때 가요톱텐에서 '난 알아요'와 '환상 속의 그대'로 이관왕에 올랐는데 하여가도 5주 연속 1위를 달성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집니다. 골든컵 수상까지 단 한 주를 앞두고 경합을 벌이던 김수희의 '애모'에 밀려 순위가 뒤바뀌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전 눈으로 직접 그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서태지와 아이들이 1위를 놓치다니.. 그 후로 서태지와 아이들은 '하여가'로는 단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했고 '애모'는 그 기세를 계속 이어가 골든컵을 수상합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하여가'가 1위에서 밀리자 타이틀 곡 활동을 금방 접고 바로 후속곡을 내놓습니다. '하여가'와는 분위기가 정반대인 '너에게'였습니다.
이후 추억담은 다음 편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Special thanks to 서태지와 아이들.
댓글목록
청마님의 댓글

서태지와아이들시절 소중한^^추억담 고마워요!님글 1편도 찾아읽어보고싶네요 ~ㅎㅎ (귀요미)
다음카페승훈맘님의 댓글

훈맘도 한글자올리자믄요~
2집발매기념 아이비펜클럽이었던
제친구가~ 저는 펜클럽까진 가입못하는 넉넉치않았던 집안형편땜에 굳즈같은건 꿈도못꾸었거든요
그때 친구가 펜클럽에서준 아이비동젼이 아직도 있는데요
그선물받고 얼마나 좋아했던지
그친구는 지금닷컴을안하는지
아님탈덕한건지는 알수없지만
여튼 훈맘중딩시절소중한추억 소환해주시네요
보고싶고 그립네요 ㅜㅜ
정신분열님의 댓글

김수희 님의 당시 나왔던 곡 "애모" 는 .... 40대나 그 나이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었습니다.
울 누나도 당시 2집 카세트 테이프를 갖고 있었는데... ㅎㅎ
하여가는 흥행성적을 떠나 대단한 충격이었죠. 당시로서는 엄청나게 빠른 랩과... 곡 자체의 스피드가 빨라서 부르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중간에 태평소 소리가 들어가는 걸 놓고도 말이 많았구요.. 나로서는 난해했던 하여가 보다는 너에게나 우리들만의 추억 을 당시에 좋아했던 기억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