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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제5탄 – 소격동&아이들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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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유별난여자 회원 정보 보기 작성일 15-11-1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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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오빠의 공식적인 9집 활동이 끝난지도 어느새 260일이 되었어요. 이렇게 금방 365일이 오겠지요? 한 달 하고 며칠만 더 지나면, 제가 오빠를 9집 활동으로 처음 본 날이 다가와요.

12월 21일. SBS 가요대전 사전녹화 날이었어요. 10월 달은 저에겐 마의 달이라 오빠 컴콘을 보러가는 건 생각도 못했고.. 추빙으로 유스케나 엠카도 갈 수 없었고.. 그렇게 전적인 노력으로 오빠를 볼 수 있는 날이었던 가요대전 사전녹화 날, 지방에서 새벽같이 첫차를 타고 출발을 했더랬죠. 그땐 그날이 지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한달하고 5일만 더 지나면 딱 1년이 되는 날이 되네요.

그런데 전 알아버린 것 같아요. 내 속에 ‘잃어버린’ 게 있다는 걸, 잠깐, ‘1초만’ 멈춰 설 필요가 있다는 걸 안 순간, 나는 이미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곳에 와 있다는 것을.

전투 내내 “아이들의 눈으로”... 이 곡만 들으면 눈물이 났어요. 내가 왜 이러지, 어머, 나 미쳤나봐, 싶을 정도로 눈물이 났어요. 전투 중 어느 날, 오빠가 그런 말을 했었지요. 소격동은 지금도 그대로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대로 있지 않다고.. 그러니 사라지기 전에 가보라고.... 참새 소리 예쁜 그 마을에 여전히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요즘 ‘응답하라 1998’이 응칠 응사를 뒤이어 여전히 인기더군요.. 보지 못하다가 어제야 비로소 1, 2회를 봤어요. 그런데 보는 내내 계속 울컥했어요...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 아, 내가 살던 그 골목도 저랬는데... 아, 아,,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탄식들 사이에서 웃음 반 눈물 반, 역시 추억팔이가 계속 될 수 있는 건, 이런 내 속에 있는 질척거림 때문이구나 싶었죠.

오늘은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그날을 떠올려 봅니다.


눈 뜨지 말아요, 눈을 뜨면 사라질 수도 있어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제5탄 – 소격동&아이들의 눈으로 : 다시 돌아가고 싶어

큰 대로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그때 당시엔 꽤 컸던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였던)가 있다. 당시의 작은 나에겐 공설운동장만해 보였던, 하지만 지금은 어느새 누군가가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작아져버린 그 운동장을 지나쳐 걷다보면, 큰 두 번째 골목이 나오고, 그곳에 내가 살았던 작은골목이 나온다.

10개도 넘는 골목들로 이루어진 그 큰 골목길은 나에겐 세상의 전부였다. 한 골목을 넘어서면 다른 동네로 넘어간다는 것도 신기할 정도로 나에게 모든 것이었던 그 골목이 12살까지의 나에겐 모든 것이었다. 중앙을 잇는 그 골목의 끝과 끝엔 약국과 슈퍼가 있었고(빵빠레를 사러 가자고 아빠를 졸랐던 그 슈퍼...), 그 두 곳은 나와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 길을 설명하는 중심적인 공간이었다. “너거집 어디고?” “어 ○○ 약국있는 큰 골목에 4번째 골목 첫 번째 집이다”

그렇게 골목으로, 우리는 모든 걸 설명했다. 골목 하나하나는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공놀이가 가능한 골목이 있었고, 고무줄 놀이가 가능한 골목이 있었고, 땅따먹기가 가능한 골목, 팔방놀이가 가능한 골목이 있었다. 소리를 지르면 항상 나와서 시끄럽다 화내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절대 가지 않는 골목까지. 그마저도 놀이로 승화해 일부러 소리를 지르고 도망치는 놀이도 했으니, 그만큼 모두다 우리에겐 저마다의 특성을 가진 골목들이었다.

비디오 가게 옆에 있는 골목이 면적은 제일 컸다. 가게 앞에 놓여진 평상엔 항상 동네 아주머니들이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고 우리는 그 소리에 묻혀, 신나게 떠들고 놀았었다. 한 번은 그곳에서 친구들과 동네 학예회를 연 적도 있다. 일명 동네 골목 학예회.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 유행곡이었던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에 맞춰 율동도 하고 신승훈의 “미소속에 비친 그대”를 불렀던 기억이. 나름 성황리에 끝난 그 공연은 어른들의 응원 속에 동네 경로당에서 또 한번 공연을 했고, 그때 나는 한복까지 차려입고 “도라지 타령”을 불렀더랬다. 나름 어르신들을 생각한 곡 선택이었는데 화장까지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그 시절의 사진을 보면 그저 웃음만 나온다.

사랑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장국영과 주성치의 영화를 빌리러 가던 비디오 가게에 매일 같이 태지오빠를 빌리러 갔던 건,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992년 겨울즈음이다. 92년에 있었던 콘서트를 가지 못했던 나는 그 공연을 보려고 매일 비디오 가게를 찾아갔다. 촌스러운 지방소녀였던 나는 비디오를 구입하는 방법을 몰랐고, 그저 비디오 가게 아주머니에게 조르기만 했다. 1년 뒤엔 이 비디오 꼭 나에게 팔아달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새로운 골목으로 이사를 가야했다. 내방이랄 것이 딱히 없던 나에게 방도 생기고 침대도 생겨서 좋아하기도 잠시, 나는 매일매일 엄마에게 다시 이사가자고 졸랐었다. 그 골목을 떠나온 순간, 모든 게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내가 겨우 겨우내 만들어 놓은 모든 성들이 다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친구도, 추억도, 모두다.

하지만 한살 한살 나이 먹어갈수록, 모든 건 잊혀지게 마련이다. 창문을 열어 놓고 그 골목이 어디쯤이지, 하고 생각하던 날도 잠시, 문득 문득 그때가 떠올라 눈물이 뚝, 하고 떨어질지언정, 모든 건 머물러 있지 않다. 더 이상 변하기 싫지만 머물 수가 없다.

 

한살 한살 나일 먹어가네.
새삼 두려운 건 무엇일까. 그리운 어린시절.
내가 뛰놀던 그 앞마당과 포근했던 엄마의 가슴과
든든한 아빠의 목소리, 귀여운 친구들...
즐거웠었어. 내가 작던 그때가.
조그만 일에도 내 눈엔 눈물이 아련하던 기억인데..
뒤돌아보면, 너무 빨랐던 시간.
파랗게 맑았던 마음들을 찾고 싶은데...

 

ps. 당신에겐 머물고 싶은 그 곳과 그 때가 있나요?

댓글목록

한결같은우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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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유별님 글남기거 보니 반갑네요~^^
추운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룰루랄라)

태지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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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의 감성이 추억담과 어우러지니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잘 봤습니다.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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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몽님 저도 반갑습니다 ^^ 오랜만에도 와도 따뜻따뜻.. 따뜻함만 기억해야겠지요...? ㅎ
ㄴㄴ 한결같은우리님~ 저야말로 너무 반가워요^^ 오랜만에 글을 남겨도 이리 반갑게 맞아주시니..ㅎ 추운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룰루랄라)
ㄴㄴㄴ 태지들님~ㅎ 작년부터, 소격동으로 시작해 잃어버린.. 아이들의 눈으로에 여전히 빠져있는데.. 요즘 울컥하는 때가 더 많아지네요...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귀요미) 태지들님 포함, 수천수만의 태지들 모두 서몽 서블리나잇~^^

우리들만의추억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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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에게도 머물고 싶은 그곳과 그 때가 있지요..유별님 오랜만의 글 반갑습니다2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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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우리들만의추억님.. 우리들의 추억이 있어 때론 돌아가지 못해 슬프지만 행복한 거 같아요^^ 저도 반가워요....(귀요미)

태지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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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항~~전에도 유별님 스토리텔링이 가슴속에 깊이 남아있었는데..
이 글을 보는 내내 울컥 하네요..ㅠ
항상 조은글 감사 합니다..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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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태지교님 저야말로 감사해요...(귀요미)
ㄴㄴ 하늘벼기님~ ㅎㅎ (룰루랄라)(반짝반짝)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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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ㅎㅎㅎ 우와~~~ 오랜랜님이당!!!^^ ㅎㅎ 언제와도 이렇게 반겨주는 우리 지킴이들이 있어 너무 좋아요~~~ 오랜팬님둥 잘 지내시쪙? (반사)

성아랑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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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가끔 들어올때마다 유별님 생각났네요^^~~~일년 전 그때 넘 즐거웠죠^^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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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 정말 일년 전 그때 넘넘 즐거웠어요.. 꿈을 꾼 건가 싶을 정도로 ㅎ 꿈이 아니었단 걸 곧 극장에서 확인하겠네여 ㅎㅎ 이젠 서배우님만 기다리구 있답니다^^

아영이님의 댓글

no_profile 아영이 회원 정보 보기

내 어린시절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일년전 아직 100명 모였어여 200명 모였어요 하며 글 남기던 그때도 기억나고요 ~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no_profile 유별난여자 회원 정보 보기

ㄴ (귀요미) 그게 1년도 더 전이라는 게 좀 믿기지 않아요... 그래도 그 때가 있어서 내일도 기다려지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