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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추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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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태지들 회원 정보 보기 작성일 15-11-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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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가부터 이런 주제의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항상 실천에까지 다다르진 못했습니다. 준비 단계에서 좀 거창하게 하려는 생각이 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성이나 형식, 사진과 글의 구도 등등 정작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어떻게 포장하는지에만 신경을 썼었나 봅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애먼 데에 시간을 투자해 흐지부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허비했던 시간을 이젠 제대로 쓰려 합니다. 

 특별한 체재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제 이야기를 펼쳐보겠습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각 편당 주기는 어떻게 될지, 혹 중단될 수도 있는지는 무책임하지만 저도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그저 이런 회상이 다른 팬 분들과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창구이자 매개체이자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스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순전히 제 이목으로만 담았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여러분에겐 어떻게 기억이 되었는지 대조해 보는 재미도 있으셨으면 합니다. 

 먼저 첫 장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때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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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종TV연예'는 흔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무대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제가 이 프로그램을 정규방송 시간대에 시청한 지는 또렷이 기억하진 못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출연 이후에 파급력내지는 파괴력에 대해서는 아주 선명히 각인되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봄 소풍, 남학생 3명이 잔디 밭에 앉아 있는 친구들 앞에 나와 '난 알아요' 음악에 맞춰 어설프게 춤을 췄습니다. 아기자기한 율동이 어울릴 법한 나이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격렬한 안무는 사실 전혀 조화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걸 따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중, 고등학교 여학생 누나들만 난리가 난 게 아니었습니다. 그땐 만화와 군것질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하나의 '문화'였습니다.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9살 짜리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집 드나들 듯 오고 다녔던 문방구엔 서태지와 아이들 목걸이가 가판대에 놓여 있었고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와 더불어 서태지와 아이들 카드까지 시판되었습니다. 카드 앞면에는 멤버별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고 뒷면에도 해당 멤버의 간략한 신상이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키, 몸무게, 본명, 취미 같은 것들입니다. 특히 취미는 세 멤버 모두 기억이 납니다 서태지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이주노는 낚시, 양현석은 꿩 사냥(?)이었습니다. 서태지와 이주노가 예명인 점도 이 카드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조차 매매 가치가 있었으니 각종 업계에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겁니다. 당시에는 시야가 그리 넓은 나이는 아니어서 자세히 알진 못합니다. 어느날 학교 수업을 파하고 하교를 하는데 이웃사촌 형이 "이거 봐라~" 하면서 등을 가리키는데 외투 뒤에 서태지와 아이들 사진이 박혀 있었습니다. 평상복에 연예인 사진이 프린팅되어 있는 걸 그때 처음 봤습니다. 어찌나 부럽던지..

 90년대 초반에는 VHS 영상 매체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비디오대여점도 동네 한 바퀴만 쭉 돌아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심형래 아저씨가 나오는 도사 영화나 TV에선 방영하지 않은 만화영화를 빌리러 비디오대여점에 가면 한 켠에 '뉴 키즈 언 더 블록' 콘서트 테이프와 서태지와 아이들 콘서트 테이프가 나란히 꽂혀 있었습니다. 직접 빌려 보진 않았지만 한 번씩 눈길이 가던 기억이 납니다. 

 가요톱10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 곡 '난 알아요'로 정말 가뿐히-1위를 두고 다퉜던 상대 후보가 누군지도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말 가뿐히 골든컵을 수상하고 뒤이어 또 한 번 가요계를 평정합니다. 후속 곡으로 발표했던 '환상 속의 그대'는 '난 알아요'의 광풍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입증이라도 하듯 역시나 어렵지 않게 5주 연속 1위를 달성합니다. 한 팔을 머리 위에서 좌우로 흔드는 안무가 회오리춤보다는 훨씬 쉬워 보여서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기까지가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에 대한 저의 회고입니다. 혹시 제가 잘못 기술한 부분이 있거나 더 다른 좋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계신 분은 답글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첫 발을 떼긴 했는데 다음 편은 언제가 될 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한 편 쓰고 나니 괜히 뿌듯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Special thanks to 서태지와 아이들. 

댓글목록

정신분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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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추던 춤부터... 의상.. 이런거 모든게.. 다 따라할 대상이었죠..
나도 태지형님 데뷔할때 ( 우리땐 국민학교 )2학년이었는데... 외종사촌형.. 분들. .정말 난리였습니다. 그때 추던 안무 이런거 모조리 다 따라했던게 트렌드였죠.. 지금도 우연히 .. 서태지 이전에 나온 댄스곡을 듣고 그 당시 안무들을 보고 있다가 ... 난 알아요 데뷔무대를 보고 있으면... 정말 신세계 같다는 느낌이 확~ 들죠... ㅎㅎㅎ

아~ 이래서 .. 사람들이 그렇게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할때 열광했었구나.. 이해가 가는.... ㅋㅋ
지금의 5060 세대들이 좋아하는 가수라고 말하는 송창식 님의 곡을 들어도 그렇죠..
그 당대에 곡 들과 뭔가 좀 다른게 있구나.. 이런 부분 때문에 인기가 있었구나.. 이해가가는.... ㅎㅎ

90's 아이콘 노래를 들어보다가 이런걸 느끼면.. 나이드는게 무조건 부정적인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슈크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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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저는 6학년이었는데 한살 위였던 중학생 사촌 오빠가 여름에 가족 피서에서 춤 흉내내고 그랬던 게 생각나네요. (고모님 아들이라 성씨는 다름ㅎ) 사실 그때만 해도 방송국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며 살았기에 적극적으로 좋아한다거나 그런 표현도 못 한 숨덕이었죠. ^^;; 1집때는 어리기도 했고 서울 사람도 아닌지라 이렇다 할 추억은 없지만, 다만 그 이후로 TV 를 많이 보게 됐으니 확실히 영향을 끼치긴 했다는 거...(그전까진 어린이 방송이나 만화 영화만 봤었는데, 점차 쇼프로나 가요프로도 보게 됨ㅎ) 어른들은 별로 안 좋아하셨지만요. ^^;; 어느새 20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잘 봤습니다. ^-^

다음카페승훈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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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맘중3시절~
길거리 리어카에서 흘러나오던
난알아요에  싸운드를 잊을수없네요~그시절에는  길거리 가는곳마다 ,돌림 노래형식으로  거의~
서태지와아이들 노래가 흘러나오지안은곳이  없었지요~~
학교에서  소풍이나~수학여행가면 역시!!전학년  반별료
진짜 춤꾼들은  거의~
난알아아요랑 환상속에 그대.
경쟁하듣이  서로누가누가잘추나
뭐~~그랬던게  생각나네요

다음카페승훈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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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에피소드인뎅~
오빠보겠다고~같은반친구랑
아프다고~조퇴하고
여의도  방송국으로  날 라같던
추억 돋네요 ㅋ

영원01♪님의 댓글

no_profile 영원01♪ 회원 정보 보기

초상권은 안드로메다에 있었던 시절..
그런 불법 인쇄물들 때문에 초상권 개념 만드시려고 욕 엄청 드셨죠.
지금은 당연한건데 그때는 개념이 없었어요,
그들이 서태지와 아이들 사진으로 장사 신나게 해먹었죠..
그런식으로 장사꾼들이 맘대로 만들어낸거에요..그 카드내용,,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1집때는 거의다 불법이라고 봐야할것 같아요,,
초상권관리하려고 회사 만든건 그 이후 거든요~
저도 그땐 몰랐는데 서태지 아카이브에서 알았어요~
제가 어른이 되고 나서 알았고,,어른들의 씁쓸한 상술의 이면 때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그정도로 단시간내에 서태지와아이들의 영향력이 어마어마 했었죠~^^

영원01♪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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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그때 추억들이 새록새록이네요~
저는 국딩4학년이였어요~
동생이랑 티비앞에 붙어서 열심히 보던 기억나네요~~
완전 집중!! 부모님께서 티비 채널 안바꾸셔서 좋았던 기억도요^^

한결같은우리님의 댓글

no_profile 한결같은우리 회원 정보 보기

아~진짜 추억이 새록새록 전 다행이 친구들이 주노,현석을 좋아해 셋이서 춤출때 서로 태지오빠하겠다고 싸우지않아서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다들 태지오빠만 좋아하는 친구들은 모일땐 매번 싸워던 기억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