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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또 만날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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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브리즈 회원 정보 보기 작성일 15-08-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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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토요일 펜타에서 정말 행복했던 1인입니다.


서태지 공연 여러번 갔었지만, 어제의 사운드가 가장 좋았어요.


서태지 공연에 대한 기대는 좋아하는 음악 들으러 + 훌륭한 사운드 샤워 + 즐기는 분위기  이 세가지인데


사운드 샤워에 대한 갈증을 말끔이 씻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무대 양옆 큰 스크린에 비친 관객들의 순수하게 행복한 모습도 눈물나게 좋았구요.

 

 

저와 남편, 그리고 딸아이가 함께 갔었는데요,


우리 딸은 고3이랍니다. 남들은 수험생이라고 책상 앞에만 앉혀놓는다는데


저는 아직 철이 없어서인지 ㅎㅎ 사실은 아무리 고3이라도 이런 공연은 봐야 한다는 생각이라 같이 갔더랍니다.


아들은 지금 군대에 있어서 같이 못갔네요.


우리 가족은 제가 다 입덕시켰답니다.


사실 제 나이가 흔히 말하는 태지보이스 세대는 아니지요. 그렇다고 6집 이후 팬 세대냐? 그건 더더욱 아니고요.


제 나이에 서태지 음악 좋아하고, 공연 보러 다닌다고 하면


좋게 말해서 '마음이 젊으시군요'  반대로 말하면 '노망났냐? 그런 시끄러운데 돈내고 가게'

 

 

하지만 어쩌나요, 제 입덕곡은 6집 '오렌지'


태지보이스 시절엔 별로 관심 없이 지내다가


(사실 386세대에게 그 시기는 여전히 민주화, 노동운동, 통일 이런 주제가 삶을 지배했었지요)


6집 음반으로 홀라당 팬이 되 버렸답니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엄청난 음악이 가능하다는게 너무나 놀라왔죠. 다시 4집, 3집... 거슬러 올라가며


흔히 말하는 '히트곡' 뒤에 숨어있는 완전히 다른 음악들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남편은 비틀즈 팬에다가 외국 락밴드 음악 즐겨듣는 사람인데


뫼비우스 라이브 실황 영화 덕분에 본격 입덕,


딸래미는 중학교때부터 전자기타 배워가며 "대학가면 밴드할거야!!!"를 꿈꾸는 아이인지라,


FM Business 앞부분 기타 리프 한방에 입덕완료.

 

 

이렇게 가족들 한명한명 입덕시키며 공공연히 서태지팬 활동을 하고 있긴 한데요,


사실 제 나이는 이제


설레는 마음에 후다닥 티켓 예매는 해놓지만, 공연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주저되는 마음도 같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웬지 공연보러 가는 발걸음이 초대받지 않은 파티를 향해 가는 길인듯,


최근들어 부쩍 늘어난 젊은 청춘 남팬들이 대부분인 공연장에서


"저 아줌마(라쓰고 할머니라 읽음)는 딸래미 붙잡으러 왔나?"는 눈빛으로 혹시 나를 보지 않을까


괜시리 시선이 땅을 향하는,


그런 나이가 되버렸답니다.

 

 

사회생활 할만큼 하고 인생 곡절도 겪을만큼 겪다보니


세상과 사람을 알아보는 눈, 진짜를 발견하는 지혜, 젊음을 잃은 만큼 나름 성숙을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내 나이에도 마음을 완전히 열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수준높고 깊이있고 그러면서 강렬한 음악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을 뿐이고,

 

 

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실제 공연장에 가서 직접 내 귀로 듣고 싶을 뿐이고,


존경해마지않는 뮤지션 서태지를 실제 공연장에서 만나보고 싶을 뿐이고,

 

 

그런 나의 마음은 한군데도 틀린 곳이 없는데


왜 공연장을 향하는 내 발길은,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가는 기분일까요...

 

 

물론,


마음 한구석이 그렇다는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늘 티켓을 끊고 그날을 기다려 달려가긴 합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음악에 설레고 공연장을 향해 달려가게 만들어주는


서태지란 분, 참 대단한 분입니다.

 

 

이 나이에도 목청이 터져라 같이 떼창을 하고


신나게 온몸을 흔들며 음악을 즐기고


웃고


너무 행복하고

 

 

다른 젊은 팬들 대비 회복에 좀더 시간이 걸린다 뿐


즐기고 노는데는 전혀 지장없는 체력이면 된거 아닌가요.


흰머리 좀 휘날리면 어떤가요 나 좋아서 내가 놀겠다는데.

 

 

펜타포트는 그렇게 꿈같이 행복한,


세대를 초월한 공감의 시간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서태지씨,


정말 감사합니다.

 

 

But,


나이가 들수록 세월은 더 빠르게 흘러가고


서태지 다음 음반은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고,


공연은 더더욱 기약이 없습니다.

 

 

내 생애 앞으로 몇장의 서태지 음반을 더 접할 수 있을까요?


갈 수 있는 공연은 또 몇번이나 남았을까요?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카운트다운하듯 흐르는 시간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주저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저는 꿋꿋이 공연장을 찾을 것입니다.


후회는 하고 싶지 않거든요.

 

 

서태지씨... 그래도 되겠지요?

 

 

우리 다음에 또 만날 수 있는 거지요?

 

 

 

댓글목록

다음카페승훈맘님의 댓글

no_profile 다음카페승훈맘 회원 정보 보기

하~~  남변분이 그래도  같이다녀주시네요~져는 같이가쟈고해도 실타고해서 ㅋ 져혼자댕겨요~
승훈이도 이젠 엄마혼자 놀고오라고 잘안따라올려하네요~  함께하면더좋은데~그건 욕심인가봐용

lungo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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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그런 생각 안가지셔도되요. 일정 평균 나이대에서 더 아래거나 윗분들 보면 전 기분좋던걸요. 같이 즐기는 입장에서 나이는 접어두자구요. 앞으로도 멋진 공연들 즐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