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4] 뻔한 일상 속에 숨은 우리의 [T]적 일상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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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러더군요.
만약에 당신이 '가을'을 소재로 한 편의 시를 쓴다고 치자. 당신의 머릿속에 당장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가을의 목록은 십중팔구 '낙엽, 코스모스, 귀뚜라미, 단풍잎, 하늘, 황금들녘, 허수아비, 추석'과 같은 말들일 것이다. 이런 말들이 당신의 상상력을 만나기 위해 머릿속을 왔다갔다 할 것이다.
그러다가 낙엽은 '떨어진다'는 말로 연결되고, 코스모스는 '한들한들'이라는 의태어를 만나고, 귀뚜라미는 '귀뚤귀뚤'이라는 의성어와 결합하며, 단풍잎은 '빨갛게' 물이 들 것이며, 하늘은 '푸른 물감을 뿌리다'는 문장과 조우하며, 황금들녘은 풍요의 이미지를 데리고 올 것이며, 허수아비는 반드시 '참새'를 불러들이고, 추석은 '보름달'로 귀결될 것이다.
이렇게 한심한 조합으로 시의 틀을 짜려고 한다면 그 순간, 그때부터 당신의 시는 망했다고 보면 된다. ..............
- 안도현, [익숙하면 의심하라], <<한겨레신문>>, 2008.06.06. 중에서 -
문득, 아 그럼 나의 '시'는 망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 속에 시가 있다면, 나의 일상은 뻔한 일상일까 아닐까. 당연히 뻔한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고,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시상들은 뻔한 시상들로 매워져 있으니 망한 거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시상 속에,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믿어요.
타인의 생각과 수많은 표상들을 통해서 벗어날 수 없다해도, 그곳에 우리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역사는 될 수 없는 나의 일상, 적어도 이 일상은 나에게 드라마이니까.
봄의 끝자락에서 센치해지는 날, 뻔하게 생각나는 요소들이 있죠..
전 오늘 오랜만에 혼자서 산책을 했어요.
"정지"라고 적힌 푯말 앞에서는 '정지'한 채, 딱 3초만 서서 하늘을 보기도 하고,
가로등 앞에 섰을 때는 그 주위를 멤도는 이름모를 벌레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눈살을 찌푸리도 하고,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연못 앞에서는 '저 안에는 어떤 아이들이 있을까.'라는 의미없는 생각도 해보고,
짙게 드리워진 나의 그림자를 보면서, 그래도 나에겐 그림자가 있구나 하며 안도도 해보고.
누구나 한 번쯤 빠져볼 수 있는 센치한 순간이, 저에겐, 그리고 우리에겐 필요한 거 같아요.
뻔한 일상 없이, 독특한 일상도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T]는 제 일상을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랍니다. 마치 <멋진신세계>의 '소마'와 같은 마약일지라도, 끊을 수 없는 원동력^^
ps. 오빠는 오늘 어떤 일상을 보냈나요? 오빠도 누구와도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면서도(하지만 그 속에 따뜻한 행복이 있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삶의 의미를 찾아보았기를..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
우리 매냐님들 모두 서몽 서몸 ^^
댓글목록
행복해지는 마법...님의 댓글

서몽~
울트라슈퍼맘님의 댓글

서몽~♡
neoblu78님의 댓글

서몽.. 성공했어요?ㅋㅋ
T라제님의 댓글

그래 T가 우리에겐 언제나 일상이며 원동력이지^^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행복해지는마법님 울트라슈퍼맘님은 서몽 하셨나요~? ㅎㅎ ㄴㄴ 네오님.. 오늘도 실패네요 ㅎ ㄴㄴㄴ 라제야 ㅎ 고럼고럼 T가 없눈 우리의 일상은 앙꼬없는 찐빵~ 김치없눈 김치찌개? ㅋㅋㅋ
오랜팬이제는님의 댓글

신발1 ^^
너무 이쁜 밤 산책 사진~~~~
같이 서서 여유롭게 거닐고 싶어요~~~ (사랑)
유별난여자님의 댓글

ㄴ 오랜팬님 ㅎㅎㅎ 저두 같이 서서 여유롭게 거닐구 싶어요~~~